어떤 삶을 살든 나는 나를 응원하겠다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나를 응원하겠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9.21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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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입학한지 벌써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월드컵 따위를 기다리며 수없이 흘려보냈던 4년이건만 대학에서의 4년이란 유난히 아쉬움이 더해지고, 그 4년의 끝자락에 더해지는 건 두려움이다. 이 4년의 시간이 아쉬운 것은 젊은이들의 특권이라는 실패를 경험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게 살아오지 못한 탓일 테고, 4년의 끝이 두려운 것은 대학이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4년이 더욱 아쉬운 건, 내 미래에 관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방황만으로 이 시간을 마쳐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몇몇의 또래들은 일찌감치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착실히 준비했지만, 그들과 같은 종류의 희망을 갖고 있지 않았던 나는 세상이 나에게 자리를 비워주기만을 바라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미래의 배우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자이길 원했고, 미래의 자식들에게 거리낌 없이 몇 만 원이라도 쥐어줄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그 바람들은 세상이 나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어야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4년의 끝자락에 서 있는 지금, 세상만을 원망하며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이런 믿음 같지 않은 믿음을 가진 채로 살아가기엔 나와 같은 종류의 갈등을 하는 이들이 세상에 적지 않았고, 나와 세상이 마련하지 않은 자신의 자리라는 것을 세상 한 귀퉁이에 마련해버린 이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많았던 것이다.

왜 나는 다른 이들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랐던 것일까. 나 스스로 만들 수 있었던 선택지를 나는 왜 스스로 지워버린 것일까. 굳이 세상이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더라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난 이제야 깨달아버렸다.

온전히 타인의 것도 아니었지만 온전히 나의 소유일 수 없었던 내 삶을 4년의 끝자락에 와서야 나의 것으로 만들어보리라 결심했다. 누군가의 기대에 내 삶을 맡기지도 않을 것이고, 세상에 내 삶의 무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스스로 나의 자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어떤 소설가는 타인의 선택, 타인의 삶을 존중하며 이런 말을 했지만, 나는 이제 타인뿐 아니라 나의 선택, 나의 삶을 존중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나를 응원할 것이다”
                                                                                   권승재<경상대ㆍ경영학부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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