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산업의 뿌리 ‘문화원형’
우리 문화산업의 뿌리 ‘문화원형’
  • 신승호 기자
  • 승인 2008.09.21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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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에서 「신기전」 까지

추석 극장가를 점령한 한국영화가 있다. 김유진 감독의 영화 「신기전」이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통쾌한 내용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흥행의 이면엔 문화원형 사업이 존재한다.

문화원형 사업이란 전통문화 내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될 원천을 찾고 이를 재구성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사업이다. 인문학의 위기로 대두된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 사업은 2002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5년간 총 550억원이 투입되고 170여 가지의 문화원형과제와 60만개의 아이템이 기초자료로 정리돼 있을 만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170여 가지의 과제 중 ‘디지털한양’은 우리에게 많은 영상 콘텐츠를 제공했다. 2005년에 개봉한 「왕의 남자」는 물론, 같은 해 개봉한 「혈의 누」, TV드라마였던 「별순검」까지 모두 ‘디지털한양’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드라마 「주몽」, 영화 「황진이」의 탄생배경에도 ‘고대국가의 건국설화’, ‘고구려 고분 벽화’, ‘조선시대 기녀문화’ 등의 문화원형이 있었다.

엄청난 양의 기초자료로 증명되듯 문화원형 사업의 소재에는 한계가 없다. 설화, 역사는 물론 구전민요, 세시풍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허지웅<문화콘텐츠진흥원ㆍ문화원형팀> 대리는 “170여 가지의 과제에 매년 30~50가지씩 더 개발하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소재가 많다보니 자연히 콘텐츠화 할 수 있는 영역도 넓다. 영화, 드라마는 물론 음악에 이르기 까지 문화전반에 걸쳐 문화원형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출판 쪽에서 문화원형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김영사와 제휴를 맺어 문화원형 콘텐츠를 활용도 별로 분류한 100권 분량의 문화원형 총서 제작에 들어갔다.

올해 안에 10∼20권 정도가 나올 예정이다. 문화원형 사업으로 재 발굴된 700년대 초ㆍ중반 당나라에서 활동한 고구려 유민 출신 고선지 장군의 이야기인 황인경의 「영웅 고선지」, 문화원형 사업의 결과를 많은 부분 반영한 김탁환의 「혜초」가 출간됐고 동화책과 만화책에도 문화원형이 활용되고 있다.

지금은 공연이 끝난 가족뮤지컬 「장금이 꿈」은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원형으로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된 드라마 「대장금」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를 보여줬다. 에듀테인먼트 분야의 경우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작품이 교육게임으로 시중에 판매될 정도로 문화원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만 보이는 문화원형 사업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학계에서는 문화원형 사업에 재구성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허 대리는 “재구성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문위원단을 구성했고 그 구성은 현재 실제 사업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위주로 했다”며 재구성력의 문제점을 보안한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지적재산권 문제가 문화원형 사업의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와 원작자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고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허 대리는 “신기전 같은 경우도 우리의 소스를 이용한 작품”이라며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닷컴’에서 문화원형 자료를 받아간 건수가 작년 2천183건으로 2006년 925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세계 5대 콘텐츠산업 강국이 되기 위한 프로젝트 과제로 문화원형 콘텐츠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문화원형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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