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행우주
3.평행우주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8.09.21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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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세상에 동시에 존재하는 ‘나’

붉은 왕은 누더기 뭉치처럼 쭈그리고 누워서 크게 코를 골고 있었다.
“지금 그는 너에 대한 꿈을 꾸고 있어.” 트위들덤이 의기양양하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왕이 너에 대한 꿈을 다 꾸고 나면, 네가 어디에 있을 것 같니?”
“그야 물론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이지” 앨리스가 말했다.
“틀렸어” 트위들디가 거만하게 말했다.
“너는 어디에도 없을 거야. 넌 그의 꿈에 나오는 존재에 불과하니까!”

트위들디의 말처럼 앨리스는 붉은 왕의 꿈속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붉은 왕이 잠에서 깨더라도 앨리스는 존재할 수 있다. 앨리스가 존재할 수 있는 세계는 무한하다.

평행우주는 우주의 밖에 완전히 다른 우주가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수히 많은 평행우주에는 ‘앨리스’라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다른 역사와 다른 운명, 그리고 다른 결정 속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평행우주는 양자역학과 끈 이론을 토대로 그 실체를 인정받고 있다.

앨리스는 붉은 왕이 잠들기 전 자신이 진짜로 존재하지 않았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하기로 했다. 앨리스가 타임머신을 타고가다 붉은 왕이 잠들기 전 시점에 도착하게 된다면 그 순간 앨리스의 존재는 없어지는 걸까.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앨리스의 우주만을 생각한다면, 시간여행에 관련된 이런 역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이런 역설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평행우주’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앨리스가 과거로 갈 때 이웃한 평행우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앨리스는 또 다른 평행우주 공간 즉, 붉은 왕이 없는 이상한 나라에 존재할 것이다.


앨리스는 체셔고양이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던 길을 가려하는 순간, 바로 머리 위 나뭇가지에 그 고양이가 다시 앉아 있었다.
“그렇게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어지러워요!”
“알겠어” 고양이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꼬리 끝부터 시작해서 매우 천천히 사라졌다.


체셔고양이의 순간 이동도 평행우주이론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복제품을 만들려면 일단 그 원자를 관측해야 하는데 관측이라는 행위가 원자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원본과 완전히 똑같은 원자를 만드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두 입자가 만나면 얽힘 현상이 일어나고 이 상태에서 두 입자가 같은 양자계의 상태가 되는 현상이 해답이 됐다. 체셔고양이는 자신의 몸의 부분 모두를 잘 알고 있으므로 먼 거리에서 자신의 몸 일부분을 보내도 금방 느낄 수 있다. 얽힌 관계에 있는 입자들도 이와 비슷하게 행동 한다.

과학자들은 광자 하나를 책상 너머로 공간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채셔 고양이 같은 살아있는 생물을 이동시키기는 아직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생물의 몸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기술을 전부 사용한다고 해도 한 사람의 정보를 모두 전송하려면 거의 우주의 나이와 맞먹는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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