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왕은 누더기 뭉치처럼 쭈그리고 누워서 크게 코를 골고 있었다.
“지금 그는 너에 대한 꿈을 꾸고 있어.” 트위들덤이 의기양양하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왕이 너에 대한 꿈을 다 꾸고 나면, 네가 어디에 있을 것 같니?”
“그야 물론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이지” 앨리스가 말했다.
“틀렸어” 트위들디가 거만하게 말했다.
“너는 어디에도 없을 거야. 넌 그의 꿈에 나오는 존재에 불과하니까!”
트위들디의 말처럼 앨리스는 붉은 왕의 꿈속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붉은 왕이 잠에서 깨더라도 앨리스는 존재할 수 있다. 앨리스가 존재할 수 있는 세계는 무한하다.
평행우주는 우주의 밖에 완전히 다른 우주가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수히 많은 평행우주에는 ‘앨리스’라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다른 역사와 다른 운명, 그리고 다른 결정 속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평행우주는 양자역학과 끈 이론을 토대로 그 실체를 인정받고 있다.
앨리스는 붉은 왕이 잠들기 전 자신이 진짜로 존재하지 않았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하기로 했다. 앨리스가 타임머신을 타고가다 붉은 왕이 잠들기 전 시점에 도착하게 된다면 그 순간 앨리스의 존재는 없어지는 걸까.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앨리스의 우주만을 생각한다면, 시간여행에 관련된 이런 역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이런 역설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평행우주’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앨리스가 과거로 갈 때 이웃한 평행우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앨리스는 또 다른 평행우주 공간 즉, 붉은 왕이 없는 이상한 나라에 존재할 것이다.
앨리스는 체셔고양이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던 길을 가려하는 순간, 바로 머리 위 나뭇가지에 그 고양이가 다시 앉아 있었다.
“그렇게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어지러워요!”
“알겠어” 고양이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꼬리 끝부터 시작해서 매우 천천히 사라졌다.
체셔고양이의 순간 이동도 평행우주이론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복제품을 만들려면 일단 그 원자를 관측해야 하는데 관측이라는 행위가 원자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원본과 완전히 똑같은 원자를 만드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두 입자가 만나면 얽힘 현상이 일어나고 이 상태에서 두 입자가 같은 양자계의 상태가 되는 현상이 해답이 됐다. 체셔고양이는 자신의 몸의 부분 모두를 잘 알고 있으므로 먼 거리에서 자신의 몸 일부분을 보내도 금방 느낄 수 있다. 얽힌 관계에 있는 입자들도 이와 비슷하게 행동 한다.
과학자들은 광자 하나를 책상 너머로 공간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채셔 고양이 같은 살아있는 생물을 이동시키기는 아직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생물의 몸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기술을 전부 사용한다고 해도 한 사람의 정보를 모두 전송하려면 거의 우주의 나이와 맞먹는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