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한국의 20대가 아름다운 이유
자신감, 한국의 20대가 아름다운 이유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9.07
  • 호수 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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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수입쇠고기파동, 유가급등, 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진 올 상반기의 답답함을 한꺼번에 씻어 준 청량제였다. 박태환ㆍ장미란ㆍ야구팀으로 이어진 드라마는 감동 그 자체였다.

사이사이 ‘살인 윙크’의 이용대 같은 깜짝 스타도 나타났으니 정말 신나는 8월이었다. 이번에 역대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었다. 세계 10위 안에 든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인구나 국내총생산(GDP)이 적은 나라는 호주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금메달의 수나 세계7위의 순위가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무대에서 확인한 자신감이 가장 큰 성과다.

  박태환은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서양인에 비해 작은 체구지만 조금도 위축됨이 없어서 아름다웠다. 마지막 순간까지 헤드 셋으로 음악을 듣고, 경기 후 자연스러운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장미란은 자기 체급의 어떤 선수보다도 절제된 체격과 품격 있는 경기 진행이 돋보였다.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순간마다 그는 흥분하기보다는 침착했고, 으스대기보다는 겸손했다. 당당해서 더욱 아름다운 장미란이었다.

이번 올림픽의 피날레는 야구대표팀이 장식했다. 예선 리그에서 미국과 일본을 이길 때만해도, 2006년 WBC대회의 악몽이 되살아나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일본을 통쾌하게 따돌렸고, 쿠바전과의 결승 또한 더 이상 극적일 수 없었다. 한국과 일본의 종합순위가 역전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그 후 20년간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제외하고 줄곧 한국이 일본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1984년 L.A.올림픽까지 일본은 늘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그때까지 일본의 논리는 스포츠 또한 국가의 경제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988년 한국이 종합 4위를 차지하고 일본이 16위를 하자, 당시 필자가 유학 중이던 인디애나대학의 일본 학생들은 자기들은 이제 스포츠를 즐길 따름이지 더 이상 경쟁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잘살기 때문에 죽어라고 운동만할 일본 청년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잘 살아서 올림픽 순위가 높기고 했고 또 낮기도 했다는 말은 분명 상호 모순적이지만, 당시에는 마땅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일본의 경제력이 한국보다는 늘 우위였던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20년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 때 일본 친구들의 논리가 꼭 맞는 것도 아니다.

정확히 20년이 지난 이번 올림픽 개막식도 우연히 인디애나대학에서 맞이하게 되었는데, 현지에서 만난 대만계 미국인 경제학 교수의 질문은 인상적이었다. 한국 유학생들이 만주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데 한국의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한류를 통한 문화적 경쟁력 확보와 한국과 대만의 경제력이 역전된 현실 등을 지적하면서, 이제 한국이 “우리도 여기에 있다”며 세계무대로 당당히 걸어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20대는 70ㆍ80년대 경제성장과 90년대 이후 세계화의 혜택 속에서 자랐다. 이들은 과거에 비해 서구형 체격을 지니고 있으며, 일찍부터 해외 연수 등으로 국제 감각을 길러왔고,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에 맞설 수 있는 논리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물론 서양인을 만나더라도 위축됨이 없다. 그러나 20대의 이런 자신감도 결국 피나는 노력과 자기 단련이 없이는 형성되기 어렵다.
이제 올림픽도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학생들도 책상으로 돌아와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간이다. 탄탄한 실력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신감으로 학업과 취업의 경쟁에서 최선을 다해 더욱 아름다운 20대가 되기를 바란다.

엄익상 교수
<인문대ㆍ중어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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