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의학 한계 넘어서는 예방의학
치료의학 한계 넘어서는 예방의학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8.09.07
  • 호수 1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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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에서 진단키트까지 예방의학은 진화중

 

 질병은 인간에게 버거운 적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의학이라는 희망이 있다. 인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오래 사는 시대를 맞게 됐다. 위대한 의사는 위대한 장군보다 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치료의학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위생을 통한 예방을 깨달음으로써 인간은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산업병, 만성병처럼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병도 가장 큰 요인을 차단해 생활 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예방하는 쾌거를 거뒀다.

예방의학은 질병의 예방과 건강증진에 주로 관심을 두는 의학의 한 분야다. 역학, 지역사회의학, 공중보건학, 산업보건학, 사회의학 등이 이 분야에 속한다.
이 분야는 사회, 경제, 문화 등의 요소가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주는 영향은 물론 질병의 유행, 새로운 질병의 발생, 기존 질병들의 시기적 변화 등에 관심을 갖는다.

예방의학은 여러 가지 소분야로 나눠지지만 ‘역학(疫學)’이라는 방법론을 공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묶여있다. 질병을 예방하려면 발생 요인을 알아야 한다. 역학은 발생 요인과 질병과의 관계를 밝혀내는 학문이다. 역학 연구에서는 공통점, 차이점, 유사점에 근거해 가설을 세우고 확률을 통한 분석이나 관찰을 통해 이를 확인한다.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면 이에 맞는 예방을 하는데, 단계에 따라 크게 3차로 나뉜다. 1차 예방은 예방접종, 환경정리, 안전관리 등 특수 대책을 통해 건강을 저해하는 인자를 제거해 건강상태를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킨다.
2차 예방은 질병의 초기 상태나 임상 질환기에 적용된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개인 또는 집단에게 건강 진단을 실시해 질병에 대해 최대한 빠른 조치를 취한다. 결핵 검진, 암 검진, 직업병 검진, 기생충 검진 등 질병의 조기발견 사업이 그 좋은 예다.

3차 예방은 재활의 의미까지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예방 개념이다. 물리적 치료로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거나 기능 장애를 최소한으로 줄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방 분야의 연구에서 첨단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단연 진단키트다. 피 한 방울만으로도 항원ㆍ항체의 반응을 이용해 질병의 진단이 가능한 진단키트.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게놈지도의 해독을 응용해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다형성(형질이나 형태의 다양성)을 탐지하고 질병인자를 판단하거나 병의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개발됐다.

신영전<의대ㆍ의예과> 교수는 “진단키트를 이용하면 병을 쉽고 빠르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질병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사회적 차별이 발생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질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발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상대적으로 발병 확률이 높은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불이익을 줄 것이다. 특정 질병이 발병하기 쉬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배우자를 찾기 힘들 수도 있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범법자가 아닌 사람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잡아 가두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맞춤형 예방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진단키트가 예방의학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열어 줬다고 볼 수 있다.

서구의학은 한의학과 접근 방식이 달라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방역사업이 종두, 콜레라, 장티푸스 등 그 당시 기승을 부리던 전염병 예방에 큰 성과를 거두면서 점차 자리잡았다.

오늘날의 보건행정체제는 미군정시대에 거의 갖춰졌다. 미군정시대에 보건후생부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아 거의 완벽한 보건행정체제를 구비했다. 이 시절 대부분의 예방의학 의사가 미국에서 보건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한국예방의학은 짙은 보건학적 성격을 띠게 됐다.

현재 한국예방의학계는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광우병, 식품 첨가물, 유전자 변형 식물, 태안 기름 유출 사건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화제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느 쪽도 주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가 없어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런 경우, 비록 일부 원인과 효과의 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을지라도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과학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져 만약의 경우 이를 수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예방의학교실에서는 최근 다양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및 건강조사체제 개편방안 연구, 원전 원거리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 위암관련 후보유전자의 임상적 검증을 위한 환자-대조군 유전체 역학연구, 한국인 식생활 유형과 질병발생과의 관련성 연구 등이다.
신 교수는 “사회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며 “이기심을 버리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나도 건강해진다”고 정신 건강 역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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