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에 취하고 음악에 매료되다 2
칵테일에 취하고 음악에 매료되다 2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9.07
  • 호수 1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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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 감성을 자극하는 블루스와 재즈

단순한 매력의 ‘한’많은 블루스
‘난리블루스’라는 말이 있다. 블루스하면 한국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부정적 인식을 대표하는 말이다. 그러나 중년의 연인이 ‘한곡 추는’ 그런 블루스가 아니다. 블루스는 인생의 굴곡이 있는 사람들의 ‘한’ 많은 이야기다.

블루스는 19세기 중엽 노예시대 흑인들의 소박한 한풀이에서 시작돼 흑인들의 인간적인 슬픔, 고뇌, 절망감 등이 녹아 있는 솔직한 표현이다. 그저 진심을 담을 수 있었던 한소절의 가사만으로도 블루스의 단순하면서도 솔직한 매력을 완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블루스카페인 ‘저스트 블루스’는 금ㆍ토요일마다 음악가 채수영 씨의 ‘원조’ 블루스를 듣기 위해 늦은 밤까지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홀로 바에 앉아 칵테일 잔을 기울이는 사람,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시간을 공유하는 연인들, 공연 도중 속삭이듯 이야기가 두런두런 오간다. 어느 악기보다 멋진 채수영씨의 목소리는 이곳의 모든 이들을 감동으로 묶어놓는다.

채수영 씨는 “블루스를 들을 땐 가사를 중심으로 들어야 한다”며 “블루스의 가사는 한국 사람들의 공통된 정서인 ‘한’을 닮았다”고 했다. 대중가요 속의 사랑만 읊조리는 흔한 가사를 벗어나 블루스 가사속의 ‘한’을 맛보는 것도 이 가을 색다른 묘미일지도.

변신의 귀재, 카멜레온을 능가하는 재즈
재즈와 블루스는 흑인음악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블루스가 19세기 음악이라면 재즈는 20세기 음악이다. 재즈는 블루스라는 흑인음악에 클래식이라는 백인음악이 더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클래식이 인간의 삶, 철학, 구원과 같은 큰 과제를 담는다면 재즈는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두 음악의 가장 큰 차이는 블루스엔 ‘한’이 들어간 가사 위주라면 재즈는 악기의 화려한 테크닉을 요하는 연주 위주라는 것이다.

재즈악보는 일반 클래식악보와 달리 코드 몇 개만 적힌 약식악보를 사용한다. 일반악보에 익숙한 이들에겐 무성의해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재즈악보의 여백은 무성의하다기보다 연주자의 창의성을 위한 배려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백을 메우는 연주자즐의 솜씨는 듣는이의 가슴 가득 감동을 전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재즈바인 ‘올댓재즈’는 젊은 20대부터 중년의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연주가 시작되는 늦은 밤, 평소 재즈를 즐겨듣는다는 임성철<서울시 ㆍ영등포구 24> 씨는 “같은 곡을 들어도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며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즉흥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즈피아니스트 이영경씨는 “오히려 같은 곡을 똑같이 연주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며 재즈는 연주자의 순간적 느낌에 충실한 음악이라 했다.

어두컴컴했던 무대가 밝아지며 공연이 시작된다. 연주자들 사이엔 편안한 웃음이 넘치고 공연 도중 관객과의 소통도 활발하다. “원, 투, 원 투 쓰리 포”하고 시작되면 어디선가 불쑥 센스 있는 맞장구 소리도 들린다. 공연도중 터지는 예상치 못한 박수소리마저 재즈처럼 자유분방하다.
칵테일 한 잔에 취하고 음악에 또 한 번 취하고. 재즈를 안주삼아 올 가을 감성의 주파수를 높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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