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보 기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한양대학보 기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9.01
  • 호수 1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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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간의 긴 방학이 끝학기나고 2가 시작됐습니다. 알찬 계획을 세우며 시작했던 7월. 2008 베이징 올림픽과 개강준비로 바쁘게 보냈던 8월. 혹은 그 이전의 대학생활을 생각한다면, 당신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나요. 혹시 ‘후회’가 자리하고 있지는 않나요.

올림픽이 끝나고 나니 한 달이 훌쩍 지나버리더군요. 개강이 별로 남지 않았을 땐 이제 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신문사를 계속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몸과 마음을 불살랐던 ‘한양대학보’ 말입니다.

지난 주, 학교에 볼일이 있어 간 김에 정든 ‘그 곳’을 찾아갔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파릇파릇했던 동기들은 ‘거만함’과 ‘능숙함’이 공존하는 선배의 모습으로 절 맞아주더군요. 선배가 된 동기들의 푸념이 처음엔 낯설기도 했어요. 그저 막내 기자로서 가졌던 단순한 걱정들은 찾아볼 수 없었지요.

부장님이나 국장님이 맡긴 기사를 취재하며 보냈던 기억. 나름 ‘월척’이라는 생각으로 가져간 아이템을 매정히 퇴짜 맞았던 기억. 이제 뭘 좀 아는 듯 ‘신문사 하면 원래 그래’라고 말하며 서로를 다독였던 기억. 선배를 때로는 존경하고, 때로는 원망하며 열을 올렸던 ‘뒷담화’의 기억. 이제는 고스란히 후배 기자들의 몫이 됐더군요.

더 이상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으며 신문을 봤었어요. 물론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지만, 네 컷 만화도 신설되고 작년보다 신문이 더 풍성해진 것 같았어요. 게다가 동기들보다는 후배 기자들의 이름이 많이 적힌 지면을 보면서 신문이 한층 더 젊어졌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공교롭게도 제가 찾아간 그날도 마감일이라 후배 기자들은 기사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고, 마감을 독촉하는 동기들은 ‘악독해’보이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광경이 작년 신문사의 모습과 겹쳐 보이면서 슬퍼지더군요. 아마도 제 마음 속에 ‘후회’가 자리하고 있었나 봐요. ‘신문사 그만두면 남는 시간에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당당히 나갔던 제 모습이 싫어지더군요. 여러분들 마음속에는 ‘후회’가 자라지 않았으면 합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으니까요.

지금도 ‘한양대학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을 동기들, 후배 기자 여러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아련한 그때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지금도 생각나면 찾아갈 수 있는 ‘그 곳’을 지켜주고 있어서. 이제는 같은 기자가 아닌 독자의 입장이지만, 언제나 응원할게요. 이번 학기에도 멋진 신문 기대하겠습니다.    

     정경석 <사범대ㆍ수학교육과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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