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험실 「버리는 기술」
기자실험실 「버리는 기술」
  • 신승호 기자
  • 승인 2008.08.31
  • 호수 1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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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서점에 가면 ‘무엇무엇 해라’ 라는 식의 책들이 눈에 띈다.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책도 있고 추상적인 방안만을 제시해오히려 어려움을 주는 책도 있다. 전자의 경우 정말 하라는 대로 하면 우리가 그 책을 통해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실험해봤다.

「버리는 기술」은 우리가 쌓아놓은 책, 자료, 심지어 추억이 담긴 물건까지도 필요가 없다면 과감히 버리라고 말한다. 풍부한 생활을 하며 물건이 넘치는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고 ‘심플라이프’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버리려고 찬찬히 물건들을 살펴보면 갖가지 버리기 힘든 이유가 생겨 낭패를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방안에 물건들은 점점 쌓여만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보지말고 버려라’, ‘그 자리에서 버려라’, ‘다 쓰지 않았어도 버려라’, 책에서 말하는 10가지 방법 중 세 가지 방식을 골라 실험해봤다.

‘보지 말고 버려라’라는 방법을 이용해 정리를 시작했다. 잔뜩 쌓여 있는 플로피 디스크들, 옛날에 정리해둔 자료들, 편지 등 예전에는 뭔지 꼼꼼하게 열어보고 결정했던 것들을 그냥 버렸다.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고 내용물이 생각나지 않는 것들은 현재 생활에서 없어져도 전혀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자리만 차지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내용물을 모르고 버려도 불안감은 없었다.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자리에서 버려라’라는 방법은 기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다. ‘어쨌든’, ‘언젠가’, ‘임시로’라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가지고 있게 되면 결국은 쓸모없는 물건이 되기 일쑤다. 항상 ‘버려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쌓아두는 물건들이 많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탁월한 방법이다.

기자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우편함에 들어와 있는 것 중에 필요한 것만 가지고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버렸다. 또 가계부를 작성하지 않는 기자에게 영수증은 필요 없기 때문에 받는 순간 내가 산 목록을 확인하고 버렸다.
‘그 자리에서 버려라’를 실천하는 동안  주머니에 불필요한 쓰레기는 없었다. 당연히 방으로 가져갈 일도 없어 괜한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 없어졌다.

마지막 방법인 ‘다 쓰지 않았어도 버려라’는 소심한 기자에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버리지 않으면 쓸모없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도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하지만 책은 기자에게 그 물건에 대해 만족감을 얻었다면 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버릴 것이 상당히 많았다. 거의 다 쓴 로션, 조제해놓고 남겨놓은 약, 유행 탄 옷 등 생각을 조금 바꾼 것만으로 버릴 것은 상당히 많아졌다. 결론적으로 쌓아둔 물건, 자리만 차지했던 필요 없는 물건을 거의 다 버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뭐든 버리는데 한이 맺힌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버리는 이야기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납으로 해결되지 않는 물건의 한계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버림’을 제시하는 것이다.

‘버림’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물건을 가지고자하는 강한 소유 욕구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당신의 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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