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8.31
  • 호수 1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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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되려면 ‘한류’를 버려라


흔히 ‘욘사마’라 부르는 배우 배용준을 필두로 2000년을 전후해 동아시아권에서 한국문화가 하나의 물결을 이뤘다. 이를 언론사에서 ‘한류’라 칭하기 시작했는데, 한류의 어원은 1999년 중국 언론매체인 「북경청년보」에서 처음 사용됐다. 신조어라기엔 너무 익숙해져버린 한류는 중국을 비롯한 대만, 베트남, 홍콩 등 중국 문화권과 일본에서 일어난 한국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현상을 말한다.

환대받던 한류, 갑자기 왜
문화수출을 의도한 것도 아닌데 왜 외부에선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질까. 이에 박기수<국문대 ㆍ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90년대 동남아시아 주변이 민주화가 시작됨에 따라 문화 통제도 약해지고 동시에 뉴미디어 기술도 발달했다”며 “채널은 많아졌는데 콘텐츠 생산능력은 안되니 일본문화보다 저렴하고 질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한국문화를 수입해갔다”고 한류가 뜰 수 있었던 사회적인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문화시장인 일본의 ‘욘사마’ 열풍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류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욘사마’ 열풍 또한 미디어 체계의 변화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TV 앞을 떠나 인터넷과 개인 미디어를 이용하는 반면 중년의 ‘아줌마부대’는 여전히 TV 앞을 떠나지 못한 채 흘러간 옛 청춘시절 문화를 회상한다. 그러다 그 시절 낭만을 ‘준상이’에게서 보게 된 것이다. 순애보적인 사랑, 향수를 자극하는 그 정점에 「겨울연가」가 있었다.

한류의 현주소
그러나 이제 한류는 언급하는 것조차 흘러간 옛날얘기처럼 들린다. 오히려 흘러간 정도가 아니라 반한류, 혐한류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반한류나 혐한류가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기배우일수록 안티가 많듯이 오히려 안티한류는 아직도 ‘한류’가 건재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이런 골마저 사라져 산이 평지가 되는 경우다. 확실히 예년과 다르게 한류의 인기는 사그라졌다. 마치 7,80년대 홍콩영화가 차츰 시선을 벗어나더니 이제는 추억의 한편이 돼버린 것과 같다. 한류는 아직 추억이 되진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라앉다간  진짜 추억이 돼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홍콩신드롬과 한류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다. 홍콩의 경우 홍콩영화에 국한된 장르로 콘텐츠 자체가 다양하지 않다. 그에 비해 한국은 영화, 드라마, 가요 등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게임이나 다른 공연까지 종합적인 콘텐츠가 존재한다. 또 근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600억 가량을 투자해 문화원형이 되는 콘텐츠 자체를 개발하려는 노력 또한 하고 있다. 일종의 ‘추억방지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다.

한류의 행보는 어디로
‘추억방지시스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류가 한때 휩쓰는 유행의 느낌이 드는 것은 이유는 무엇일까. 콘텐츠에 한국적인 색깔이 ‘전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적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이 닮고 싶어 하는 서양화의 모델을 동양권에서 먼저 이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히 그들이 동경하던 문화가 한국에서 만들어졌을 뿐 한국문화라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뿌리 없는 거품은 생명력 없는 유행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대로 한국적인 것만을 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니메이션의 강국 일본이 가장 일본적인 것을 추구한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 내에서 1,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반응은 철저하게 냉담했다.

가장 일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미국에게 외면당한 것이다. 뿌리는 간직하되 보편적인 관심사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국의 뿌리를 간직하면서도 건강이라는 보편적인 관심사를 지닌「대장금」은 균형이 잘 잡힌 예로 들 수 있다. 실제 중국 내에서「대장금」을 통해 한류가 절정에 이르렀다고 평가 받고 있다. 단순히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전통문화부터 일상적인 소비생활까지 전체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이를 ‘문화적 향기’라 하는데 한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진정 한류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에서 한국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류라는 포장을 벗어버려야 한다. 박 교수는 “거부감 없이 사람들의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가슴속에서 잔잔하게 남아야 한다”며 “대학생으로서 거창하게 한류를 홍보하지는 못하겠지만 한국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자국 내에서 한국문화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야한다”고 말했다. ‘미드’, ‘일드’도 좋지만 우리조차 관심가지지 않는 한국문화, 한류로만 포장한다고 좋아하던 시절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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