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 또 하나의 열대야
선선한 가을 또 하나의 열대야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8.08.24
  • 호수 12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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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제11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열대야가 걷혔다. 시원한 바람이 스친다. 이런 가을밤 훨씬 달아오르는 공간이 있다. 지난 14일 이후의 홍대 앞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변두리(fringe)의 축제다. 1947년 스코틀랜드의 비주류 예술 단체가 주류 축제의 변두리에서 일으킨 공연이 모태가 됐다. 이후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은 1998년 한국 프린지의 모색을 통해 획일화된 주류 문화에 균열을 주고자 출발했다.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독립 예술의 장이다.
2호선 홍대입구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축제는 시작이다. 역무실 옆 벽면에 역동감 있게 자리 잡은 그래피티부터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북적이는 5번 출구. KFC 골목으로 접어들어 두 블록을 지나면 이번 페스티벌의 주 무대 ‘걷고 싶은 거리’다. 가지각색의 설치 작품이 관객을 반긴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거대한 고양이 벤치가 버티고 있는가 하면 실물 크기의 점토 인간이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듯하다.

거리 곳곳에선 무용, 요요 묘기, 벨리댄스, 마임, 국악, 힙합 등 장르를 초월한 향연이 펼쳐진다. 공연은 공간을 초월해 지하보도도 예외가 아니다. 각지에서 모인 밴드들의 울림이 왁자지껄하다. 쏟아지는 수 백 가지의 공연에 계획을 짜기도 어렵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뜻밖의 작품 전시를 만나기도 한다. 김윤재<서울시·서초구 28>씨는 “집에서 사전 조사를 하고 왔다”면서도 “전시와 공연이 너무 다양해 몇 개 골라 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낮 시간에 시작하는 학술 행사부터 깊은 밤 클럽, 소극장까지 여러 실내 공간과 길거리에서 행사는 이어진다.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는다. 시간이 갈수록 인구밀도 또한 높아진다. 마침표가 없다. 이렇게 차세대 문화를 가꾸는 터전이자 예술가간의 창작교류, 예술과 지역 사회와의 만남, 사회에 말 걸기 등을 통해 현재와 소통하고자 한다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은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방학의 끝물, 뭔가 허전한 느낌이라면 홍대 한 복판에서 젊은 문화를 만끽하자. 여름과 함께 열기를 잃은 당신에게 열정을 주려고 기다리는 개강 전 마지막 기회일지도. 이다영 기자 rainyday8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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