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Persona)
페르소나(Persona)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7.30
  • 호수 1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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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08 여름, 불황기인 한국영화계에 유난히 스타감독과 페르소나 배우와의 만남이 잦다. 이달 17일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한국영화계에서 200억이라는 최대 투자비와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주연의 톱스타 출연은 단연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김지운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배우 이병헌이다.

페르소나란 역할, 습관, 규범에 동화된 우리의 행동 메커니즘으로 본래 우리 얼굴이 아닌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일컫는다. 영화계에서는 ‘어느 감독의 페르소나 배우 누구’ 식으로 감독의 영화세계를 잘 나타내주는 배우, 즉 분신을 뜻한다.

김 감독과 이병헌은 2005년「달콤한 인생」에서 처음 함께 하게 됐다. 제목과는 반대로 잔인하고 피 튀기는 검은 빛의 느와르 영화다. 이병헌은 내면속의 미묘한 떨림을 저음의 목소리와 슬픈 눈빛 연기로 김 감독과 함께 칸을 찾는 영광을 안았다. 애수가 가득한 그의 눈빛이 이번「놈놈놈」에서는 악역 ‘나쁜 놈’을 표현하면서 액션과 코미디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도록 무게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김 감독의 배우 칭찬은 극장에서 확인해 보자.

또 지난 23일 개봉한 「님은 먼곳에」에서 이준익 감독과 배우 정진영이 호흡을 맞췄다. 다들 전쟁 중 굵은 남자이야기에서 가련한 수애의 목소리를 떠올릴 테지만 이번에도 초점은 이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정진영이다. 이 둘은 「황산벌」, 「왕의 남자」,「즐거운 인생」에 이어 다시 만난 것이다. 이 감독은 정진영이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자주 말해왔었다.

이런 감독과 배우와의 ‘특별한’ 관계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러브레터」로 한국 팬들에게 유명한 이와이   감독은 일본의 청춘 배우 아오이 유우와 ‘특별한’ 관계다.

처음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유우짱의 매력을 발견한 이와이 감독은 그 이후로 아오이 유우가 스타로 자리 매김하게 된 「하나와 앨리스」,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가냘픈 이미지를 잘 드러내는 「무지개 여신」에서 그의 페르소나 배우를 잘 나타낸다. 이외에도 팀버튼과 조니뎁, 왕가위와 양조위 등 많은 ‘특별한’ 관계가 있다.

감독들의 특별한 배우 사랑, 아무개 감독님과 함께라면 적은 출연료라도 불구하고 출연하겠다는 배우들의 의리, 이들은 춘추 시대 백아와 종자기처럼 21세기형 새로운 지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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