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스며드는 오싹함을 찾아서
오감으로 스며드는 오싹함을 찾아서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8.07.30
  • 호수 12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심 한복판의 아찔한 비명 ‘공포 연극’

으슥한 밤. 불빛 하나 없다. 괴기스런 선율이 흐른다. 저멀리 무언가가 보인다. 다가온다. 당신을 덥석 붙든다.

“꺅”

단순히 무서운 얘기가 아니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3차원 공포 연극이다. 공연 시작 시간은 10시 전후다. 밀폐된 공간에서 귀신이 달려들고 천장에선 핏빛 고무공이 쏟아진다. 마네킹의 머리가 떨어지기도 한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 조명들이 시시각각 바뀐다. 오감을 자극하는 이러한 장치는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을 방불케 한다. 언제 무엇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주위 사람의 작은 뒤척임에도 놀라 뒤를 돌아보게 한다.

공포 연극이란 관객에게 공포를 선사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연극을 일컫는데 대표작으로 6천 회 공연을 돌파하며 20여 년 째 롱런중인 로빈 허포드(Robin Herford) 연출의 「우먼 인 블랙」이 있다. 이 작품은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 소개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4년 초연한 바 있다.

이밖에 우리나라에서 최초 기획된 공포극으로는 극단 여름사냥이 2004년 초연한 「엠 에볼」이 있다. 이후 「오래된 아이」, 「죽었다 그녀가」등으로 그 계보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러나 아직 활성화된 단계가 아니기에 실험적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혼자가 아니다」
현재 대학로에서 상영중인 연극 「혼자가 아니다」는 탄탄한 줄거리와 반전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극이다.

주인공 인우는 여동생 희윤과 함께 고아원에서 자랐다. 현재 그들은 칼라빌이라는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다. 인우는 작은 바에서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노래연습을 하는 그가 시끄럽다며 위층 아줌마가 찾아온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가는 듯 하지만 이튿날 인우는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후 그의 주변 인물들이 살해되는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때마다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하지만 여기서 밝혀지는 인우의 불행한 유년 시절과 희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그는 또 다른 누군가와 마주치게 된다.

그동안 공포 연극 「오래된 아이」, 「죽었다 그녀가」등을 무대에 올린 연출가 오승수 씨는 “공포 연극에서는 영화와는 다르게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며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몇몇 관객들은 욕을 하는데 욕이 많이 나온 날을 공연이 잘 된 날로 보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앞으로도 공포 연극을 매년 무대에 올릴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연극은 장르가 한정돼 있어 공포 연극에 대해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동시에 “롱런할 수 있는 공포 연극을 만들고 싶은 게 바람”이라고도 전한다.

「더 죽이는 이야기」
우리나라 최초로 국산 각본의 공포 연극을 시도했던 극단 여름사냥의 「더 죽이는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섯 편의 일화를 보여준다.

폐가에서 벌어지는 살인에 관련한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는 그야말로 ‘죽이는 이야기’다. 괴상한 노파의 웃음소리와 소름 돋는 바람소리는 관객의 귀를 얼게 한다. 이에 반해 어느 댄스 강사의 유학 시절 룸메이트 이야기와 시체실에서의 시체 닦이 아르바이트 일화에서는 스릴과 함께 익살스런 대사로 중간중간 웃음을 주기도 한다.

마지막 일화에서는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의 미사를 다룬다. 한창 피의 의식을 진행하던 배우들은 관객석에 조명을 비춰 제물을 찾는 의식으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런 일화들은 공연 때마다 그 줄거리와 순서가 바뀐다. 매번 새로운 실화를 바탕으로 내용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연출가 우현종 씨는 “이번 연극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여러 실험적 요소를 가미했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새로운 영상 시스템의 도입이 있다. 또 “공포연극은 관객이 어울려서 함께 무서워하는 대중심리의 역할이 크다”며 “공포를 즐기고자 하는 열린 마음으로 오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름철의 이러한 공포 연극에 대해 조강주<조강주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연극 등을 통해 공포를 느끼면 순간 체온이 상승한다”며 “이렇게 상승한 체온이 원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시원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한 “시청각을 이용한 스크린의 공포는 그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안심이 된다”며 “이를 눈앞에서 연극으로 접하면 촉각과 후각 등을 활용한 공감각 효과를 통해 공포가 배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열대야로 밤까지 무더운 요즘. 대학로 한 복판에서 비명을 지르며 더위는 물론 장마로 무거워진 기분까지 한 번에 날려보자. 오늘의 제물은 바로 당신일지도.

연극 「더 죽이는 이야기」는 본지를 지참한 학생들에게 30% 할인된 특별한 가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