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다른 생각, “저랑 동거할래요?”
한 지붕 다른 생각, “저랑 동거할래요?”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8.07.30
  • 호수 127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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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동거의 현실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다


“왜 하필 저한테 인터뷰를 요청하시는 겁니까?”

A씨의 목소리엔 곤란함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다른 분들이 모두 인터뷰를 거절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게 됐습니다. 새벽 1시까지 기다린 점을 생각해서라도 부탁드립니다” 전해지는 절박함 때문이었을까. A씨는 머뭇거리다 결국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답변을 원하시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동거를 해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들이 원하는 드라마틱한 동거생활이나 문제 많은 생활을 해보진 않았습니다” 그가 퉁명스레 이야기하는 동거의 시작은 단순히 실생활적인 측면이었다. “동거를 하게 된 계기는 가사 문제 때문이었어요. 왜 이성동거를 하게 됐느냐 묻는다면 동거가 사람을 알아가는 한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같은 동성이 아닌 이성과 같이 생활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안정도 되고요”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전 동거인과의 관계도 좋게 끝을 맺었고 굳이 불편한 점을 찾으려면 다른 경험자와 이야기해보시죠”라며 거칠게 반응했다. “앞서 말했듯이, 동거인들간에는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있습니다. 유교적인 관습이 강한 한국에서 우리들을 이해해주기를 바라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저 동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내가 인간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회인식은 변화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씨는 마지막 말을 마치고 쫓기듯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우리 결혼했어요’,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 시리즈’, ‘계약동거’, ‘위험한 동거’ 등 지금의 동거는 유행이라고 치부하기엔 지나칠 정도의 열기를 띄고 있다. 이는 동거에 대한 사회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10월 29일 발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가족보건실태조사서에 따르면, 혼전 동거에 대해 여성 응답자(8천700명)의 약 3분의 1인 37.5%, 남성 응답자(천330명)는 39.0%가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동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거주 형태에 따라 한 집에서 각방을 쓰는 ‘하우스메이트’, 한 집 한 방을 쓰는 ‘룸메이트’가 존재한다. 또한 동성동거와 이성동거라는 성별 기준이 있고, 그 외 ‘계약동거’라는 새로운 유형 또한 등장하고 있다. 이 중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것은 ‘이성동거’ 그리고 ‘계약동거’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들 또한 이 두 가지 형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동거, 현실은
한국 사회에서 동거는 아직 제도적으로 체계화 돼 있지 않다. 심지어 동거인을 찾는 방법도 검증이 어려운 인터넷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신뢰를 보장하기 어렵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의 공증을 받는 경우 혹은 동거에 대한 문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거계약이 당사자 간에 조용히 이뤄지기에 공식적으로 그것을 알 방도가 없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동거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신을 내보이기를 무척 꺼리기에 동거계약의 실체를 파악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결국 동거계약은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빈약한 통계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늘어나는 동거 인구에도 불구하고, 관련 통계는 가뭄에 콩나듯 하고 있다. 특히나 동거가 문제되기 쉬운 청소년, 대학생 관련 통계는 조사된 바가 없어 정확한 현황을 알지 못하다. 동거의 현실은 결국 개인 간 ‘계약’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동거의 ‘계약’은 제한된 수준의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다. 이덕환<법대ㆍ법학과> 교수는 “계약 동거도 경우에 따라 성립할 수 있다”며 “동거의 목적이 미풍양속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그 계약은 성립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간의 계약은 의사표시로만으로도 성립될 수 있다.

물론 증거로 채택하기 위한 것이라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수며, 성관계 등 관련 조항에 따른 보호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사법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현재 국내법에는 동거 관련법조항이 없어 체계적인 보호는 어렵다.

동거문화 변화의 필요성
동거 부분에 있어 선진국인 프랑스에서는 시민연대협약(PACS)를 통해 동거를 보호하고 있다. 시민연대협약에 따르면, 계약동거는 동거를 원하는 이성 또는 동성이 동거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만으로 사회보장, 납세, 임대차계약, 채권채무 등에서 권리, 의무를 보장받게 된다. 그 관계 지속 여부는 매우 유동적이다.

현 우리나라의 인식상 이러한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변화해가는 인식과 개방돼가는 성문화의 측면에서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학 사회에서도 동거 문제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고 있고, 법정까지 가는 결과도 많이 발생하는 등, 한국의 동거문화는 아직 미숙한 모습을 보인다. 방송에서 연일 나오는 허황된 이미지에 혹은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관념 때문에 동거 문화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은 말한다.

“우리를 판단하기 전에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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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8:42:02
이 글은 동거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현실적인 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동거 문화에 대한 사회적 호기심과 변화에 대해 고려해야 할 중요성을 강조하며, 법적인 측면과 인식상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터뷰는 의미가 있으며, 동거에 대한 개방적인 접근과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동거 문화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관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