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집회의 정의가 없다
명확한 집회의 정의가 없다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8.06.04
  • 호수 1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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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의 외침을 위한 정의(定義)가 필요

광우병 소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문화제가 연일 열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촛불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해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 주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교통방해, 해산불응 등의 이유로 연행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위반이라는 명목이다. 하지만 현 집시법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사회 각 층에서 시정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법을 거스르는 집시법
현행 집시법은 위헌적인 요소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법 적용에도 경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 될 수 있는 항목이 많다. 용어만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허가제라고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고 제2항은 ‘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집시법에 명시돼 있는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는 경찰이 ‘금지 또는 제한 통고’라는 선택을 할 수 있어 사실상 집회가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경찰에 의해 좌우되는 집회
집시법의 ‘허가제’적인 요소는 이외에도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가 있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 목적ㆍ일시ㆍ장소ㆍ주최자의 신상명세를, 집시법 시행령은 시위의 대형ㆍ차량ㆍ확성기ㆍ입간판ㆍ주장을 표시한 시설물의 이용물의 여부와 수, 그리고 통행방법ㆍ진로 등의 항목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관할 경찰서에서 신고사항을 보완하라는 요구를 하며, 이를 거부할 시 금지통고를 내린 실정이다.

복잡한 신고절차를 거쳐도 경찰의 허가가 없으면 집회를 하기 어렵다. 게다가 신고 내용이 자세하다는 것은 집회에 대한 금지사유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고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미신고 집회는 ‘불법집회’로 규정된다.

박주민<인권단체연석회의> 변호사는 “이번 촛불문화제는 문화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측에서는 집회로 간주했다”며 “미신고된 집회라 연행된 사람은 도로교통법 등의 형법을 어긴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집시법 제2조 제1항은 ‘옥외집회’의 정의를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집회”로 규정했다. 하지만 집회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명시돼 있지 않다. 집시법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집회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이다.

법원에서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도로ㆍ광장ㆍ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보기도 하고 “일정한 공동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일시적 화합”이라고 보기도 한다. 어떤 종류의 모임을 하더라도 집회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어렵다.

박 변호사는 “집회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행위 역시 집회로 간주될 수 있다”며 “집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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