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2)
한양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2)
  • 유광석 서정훈 이채린 기자
  • 승인 2008.05.18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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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배움터의 아침
AM 5:00
안산배움터의 정문은 교내에 있는 창업보육센터, 각종 사업체 직원들의 차량통행을 위해 한쪽만 막혀있다. 오전 5시. 새벽 내내 한쪽 문이 닫혀 있었던 안산배움터 정문이 완전히 열린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서너 개의 차량이 교내로 들어온다.

내부로 들어오는 차량뿐만 아니라 우리학교의 셔틀버스 역시 밖으로 나가고 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 선발 출전한 날이라 그런지 학교 앞 편의점에서 TV를 보고 들어오는 학생들도 더러 보였다.

이곳에서 근무를 하는 경비원들은 매일 새벽마다 다양한 학생들을 봐왔다. 한 경비원은 “새벽 5시에 만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학생이 술병을 손에서 놓지 않더라”며 “그 학생을 보며 그렇게 술이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며 허허 웃는다. 학생들에게는 그냥 정문을 지나갈 뿐이지만, 그곳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에겐 학생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침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었다.

AM 6:00
정문과 달리 안산배움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서문. 그래서일까, 새벽의 서문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사람들의 방문이 없고, 주변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벌판과, 도로뿐인 이곳에서도 아침은 시작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명수<서울시ㆍ금천구 62>씨는 “이곳에서 일 하다 보면 ‘유배’ 온 것 같아요”라고 평가했다. 박씨는 원래 쪽문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두 장소의 분위기를 비교해 봤을 때, 박씨의 이런 평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장소 역시 별나다. 시화호에서 멀지 않은 서문은 강한 바람이 부는 경우가 많다. 박씨는 “바람이 강하면 혼자 문을 열고 닫지도 못해요. 그럴 경우 규찰대를 불러서 여럿이서 낑낑 대며 문을 여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말한다. 새벽부터 바람과 혼자 싸우는 박씨를 생각하자면 그들의 고충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AM 7:00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생체대 뒤 인라인 트랙에서는 10여명의 학생들이 인라인 트랙을 돌고 있다. 본래 수강 정원은 40명이라고 한다. 초기 수강신청 기간에는 경쟁률이 치열했지만, 수강 정정기간을 거치면서 수강생이 27명까지 줄었다. 그마저도 아침 수업의 특성상 나오지 않는 수강생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인라인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윤필준<생체대·생활스포츠학부>강사는 인라인 열풍이 식어가는 것을 아쉬워한다. 3년 전만 해도 인라인 강좌의 경쟁률은 정말 치열했다고 한다. 수강 정정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나가지도, 수업 시간 출석률이 이렇게 저조하지도 않았단다. 윤강사는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학생들이 수업에 오는 학생이 적어요“라고 운을 떼며 ”인라인의 열기가 식고 있는데, 좀 들더라도 자신이 자신 있게 즐길 수 있는 레저 종목이 있으면 합니다“ 라며 인라인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했다.

AM 8:00
오전 8시 반에는 안산교육방송국 VOH의 방송이 교내에 울려퍼진다. 아침방송은 수습 국원을 포함해 아침시간 방송을 담당하는 국원들 그리고 총괄하는 국장이 모인다. 수습국원들과 국장은 방송시간 10분 전까지 오지만, 아침 방송을 담당하는 국원들은 이보다 더 일찍 방송국으로 나와 아침방송을 준비한다. 이 모든 과정은 방송에서 실수가 나지 않기 위해서 철저히 준비한다. 30분간의 아침 방송이 시작되는 시간이 다가오자, 방송실은 긴장감에 휩싸인다. 시계가 정확히 8시 반을 가리키자 담당 PD의 “큐!” 사인과 함께 교내에는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진리의 메아리를 국시로 하는 한양대학교 안산교육방송국에서는…”

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방송국은 묘한 긴장감으로 적막하기까지 하다. 수습국원들은 아무말 없이 선배들의 방송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지켜보고 있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라서일까, 선배들을 바라보는 수습국원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수업을 들으러 가면서 아침방송을 듣는 학생이 적지 않느냐는 조금은 자극적인 질문에 실무국장인 문종천<언정대ㆍ광고학과 06> 군은 “아침방송을 듣는 학생이 적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청자들을 위해 방송을 한다”고 말했다.

문 국장의 말이 본지 기자에게도 와 닿았던 것은 때론 땅바닥에 ‘깔개’ 신세가 되는 신문을 만드는, 학내 언론의 한 사람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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