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배움터 차량진입로의 여성 안내원을 보고
서울배움터 차량진입로의 여성 안내원을 보고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4.14
  • 호수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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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 대학교 후문-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차량 진입로 쪽으로 걸어오던 중이었다. 사범대 뒤 톨게이트에 해당하는 차량입구에 서 있는 젊은 안내 여성을 보고 나는 일순간 아연해졌다. 대학에 들어오는 차량들에 대해 공손히 절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백화점 입구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었다.
견문이 좁은 탓으로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도 차량 입구에 이런 ‘번듯한’ 안내원을 두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외국 대학 말을 꺼내는 건, 우리 대학의 최종목표를 한 마디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 대학의 사정은 알 수 없으되, 아름답게 치장한 젊은 여성을, 굳이 그러한 외모가 요구되지 않는 자리에서까지 결정적으로 선호하는 게 삶의 질과 남녀평등의식이 낮은 후진국의 경향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아름답게 꾸미고 정중한 의상을 갖추는 건 개인적인 취향일수도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서양 대학의 입구에서 젊은 여성이 운전자에게 일일이 고개 숙여 환영하는 건 도저히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이런 문화가 서양에는 없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인가.

그러나 적어도 나의 시선으로는 대학의 에토스(정신 혹은 문화)와 너무나도 맞지 않는 안내원을 보고 내가 느꼈던 근본적인 회한은 다른 데에 있다.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고 대학의 문화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간에 ‘우리’는 거의 상관할 수 없다는 것, 대학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제도가 거의 유명무실화됐다는 냉소감과 자괴감, 그럼에도 현실을 타개해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서 오는 절망적인 심정이 그것이었다.

이방인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은 차치하고, 현실적으로 학교의 중추를 이룬다는 교수님들은 학교운영에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인가. 교수님들이 능동적으로 학교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토양이 외국 명문대학의 반에 반이라도 마련돼 있는가. 비유적인 꼴이겠지만, 우리 학교의 교수님들이 학교에 들어서면서 ‘동양적인 예의를 갖춘’ 미인 안내원에게 절을 받길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박성열<사회대ㆍ사회학과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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