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과 이회창
18대 총선과 이회창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4.14
  • 호수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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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의 최대수혜자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저도 속았고, 국민들도 속았다”는 말 한마디가 18대 총선의 나침반이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의 그늘에 가린 것이 있다.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다. 자유선진당의 예상외의 약진, 빚이 120억 원으로 재산이 가장 적은 당선인 이회창은 물론 회자됐지만, 정치 전면에 다시 등장한 정치인 이회창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정치인 이회창은 유치원생들도 아는 이름이다. 15대 대선에서 30만 표, 16대 대선에서는 57만 표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우리 시대의 유력 정치인이었다. 16대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 자연인 이회창으로 돌아갔지만, 법과 원칙을 강조한 대쪽 이회창의 강직한 이미지는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다. 남대문 인근 작은 개인 사무실에서 소일하던 그가 작년 10월 24일, 한 극우단체가 시청 광장에서 주체한 집회에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한다. “이 한 몸 던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BBK로 도중하차할 여지가 엿보이자 이회창씨는 17대 대선출마를 선언, 15%를 간신히 웃도는 지지를 받는다. 그 여세로 자유선진당을 창당, 18대 총선을 맞이한다. 이회창 총재는 이번 총선에서 선전했다.

대전, 충남 16개 선거구 중 13곳을 싹쓸이 했다. 그도 놀랐고, 국민도 놀랐다. 1995년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내건 “충청권 핫바지론” 대신, “충청도 홀대론”을 전면에 내걸었던 것이 적중했다. “이번 총선은 충청인의 자존심을 되찾는 선거다. 충청인이 ‘홀대론’에서 벗어나 ‘주인론’을 펼 수 있도록 충청도 정당에 표를 몰아달라” 4월 1일 충청도 보은 유세에서 한 말이다.

충남과 대전을 석권한, 아니 충남과 대전만을 석권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창당한지 두 달이 되지 않았고, 또 아주 작은 정당이지만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희들에게 참으로 따뜻한 사랑과 격려를 베풀어 주셨습니다”라고 대국민, 아니 대충남도민 감사인사를 했다.

다른 당의 실력자들과는 달리 이회창 총재는 수도권이 아니라 자신의 선산이 있는 충남 홍성, 예산에 출마해 무난하게 당선됐다. 남대문 뒷방에서 소일하는 은퇴한 72세의 노정객이 아니라 이제는 어엿한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국회의석 18석을 가진 당의 총재로 부활한 것이다. 그러나 부활한 그가 국민의 뇌리 깊숙이 아름답게 새겨 있는 정치인 이회창이 아니라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꾼 이회창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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