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No.1 “등교하기”
프로젝트 No.1 “등교하기”
  • 정혜인 기자
  • 승인 2008.04.14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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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일주일에 세 번 만 학교를 갈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짜서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바쁘다. 인천 서구에 사는 임경아<인문대ㆍ국어국문학과 07> 양은 아침 9시 수업을 들으려면 늦어도 6시엔 기상해야 한다. 여유롭게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사치가 된지 오래다. 부리나케 샤워를 하고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먹으면 이미 30분은 훌쩍 지나가 있다.

전날 잠들기 전에 다음 날 입을 옷을 미리 꺼내놔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 곳으로 간다. 마을버스가 몇 분이라도 늦는 날에는 지각할 각오를 해야 한다.

임 양은 “마을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음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을 때가 가장 속상해요. 여기서 5분을 늦으면 학교에 적어도 10분은 늦게 도착하게 되거든요”라며 살짝 불평을 털어놓는다.

시외버스를 타면 자리가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혹 자리가 없는 날에는 1시간 반을 꼬박 서서 가야 한다. 서서가면 책도 볼 수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따분하다. 그래서 자리가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핀다.

“자리에 앉아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면서 각오를 다잡아요. 책을 읽으면 아무래도 시간이 제일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이번 학기 버스에서 읽은 책만 해도 벌써 다섯 권이 넘는 다니까요” 라며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유용하게 보낸다고 말한다. 

“닌텐도나 PSP같은 게임기를 살까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진짜 하루에 등ㆍ하교하는 5시간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것처럼 효과적으로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리가 있는 날에는 앉아서 하루를 계획해 본다. 오늘은 무엇을 할지 다이어리에 차근차근 적어 내려간다. 계획을 해도 시간이 남으면 책을 편다. 오늘 듣게 될 수업을 미리 예습하기도 하고 읽고 싶은 소설을 읽으면서 책에 푹 빠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정말 피곤할 땐 스르르 잠들어 버린다. 

그렇게 서울에 도착하면 다시 지하철을 탄다. 아침 출근시간 때 가장 붐비는 지하철 2호선에 몸을 그대로 맡겨 버린다. 사람에 치여 이십 여분을 견디면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이번 역은 한양대, 한양대역입니다” 라는 안내방송에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본다.

인문대까지 걸어 올라가면 2시간 반 정도에 걸쳐서 드디어 ‘등교’가 끝난다. “아침을 느긋하게 시작하는 것보다 바쁘게 시작하는 것이 더 좋더라구요. 활기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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