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대
감성시대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4.07
  • 호수 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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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입학 홍보 세미나에 다녀왔다. 여러 강의가 진행됐지만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4세대 웹페이지’에 대한 강의였다. 강사는 수많은 UCC로 디자인된 모 드링크제의 홈페이지와 화면을 가득 채운 이미지로 디자인된 모 텔레콤 회사의 홈페이지를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4세대 웹페이지의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초기의 웹페이지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분리해 텍스트를 중심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했지만, 이제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구분이 사라지고 전체 화면을 비주얼로 구성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신문이나 TV, 라디오 등 오프라인 광고 영역에서 감성을 중시하는 컨텐츠를 접한 지는 벌써 오래됐다. 이동 통신사들의 광고만 해도 그렇다. 통화품질이 이러저러 해서 좋다든지, 기지국이 몇 개라든지 등 자기네 우수함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식의 광고는 근래에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아버지와 아들이 핸드폰 메시지를 통해 세대 차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의 정을 다시금 확인한다든지, 언어장애를 가진 친구와 영상으로 따스한 생일축하 메시지를 주고받는 식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자기 통신사야말로 사랑의 메신저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오프라인 광고든 온라인 홍보 웹페이지든 감성적인 컨텐츠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게 요즘의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은 훨씬 더 멋지게 대상을 포장하고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만, 직접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실에서는 감성에 대한 호소만으로 부족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모 대학이 입학정보 홈페이지에서 화려한 비주얼을 동원해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면 세계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멋지게 전달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 대학의 연구력ㆍ교육환경ㆍ행정서비스 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들에 비해 현격히 수준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살 수 있다.

이는 비단 광고의 영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감성지수(EQ)를 개발하는 교재나 EQ를 활용한 리더십이나 성공전략, 감성경영 등의 책이 계속 출간되고 있는 것만 봐도 감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마저 감성적인 포장으로 자신의 부실함을 그럴듯하게 덮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성지수나 감성트렌드 등 감성에 관련된 용어가 회자되기 훨씬 전인 1963년, 마틴 루터킹이 ‘I have a dream' 이라는 연설로 링컨기념관 앞에서 20만 명이 넘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삶으로 자신의 꿈을 구체화시켰기 때문이다. 감성에 취한 몽중인으로 평생 살아갈 순 없다. 감성시대에 진정으로 걸맞는 사람은 삶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

서영민<입학과ㆍ입학홍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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