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취직을 해야 할까
어디에 취직을 해야 할까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4.07
  • 호수 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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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은 정말 취업준비에 열심이다. 도서관에 가보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그들이 읽고 있는 책들은 거의 대부분 취업준비를 위한 책들이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시대에, ‘신이 내린 직장이나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남들이 알아주는 곳에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현실은 냉혹하다. 행여라도 대학을 졸업한 후 ‘백수’나 ‘백조’로서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기필코 취직은 해야 한다. 취직을 못하면 결혼조차 힘든 세상이다.

어디에 취직을 해야 할 것인가? 물어볼 것도 없다. 월급 많이 주고, 승진 잘 되고, 무엇보다 짤릴 염려가 없는 직장에 취업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법고시ㆍ행정고시ㆍ공기업ㆍ은행ㆍ삼성 등의 일류 기업에 몰려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잠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직장이 나에게도 좋은 곳일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 나에게도 좋은 직업일까? 한국 사회에서 검사는 매우 좋은 직업이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다. 내 친구는 유능한 검사다. 그런데도 그는 친한 친구들과 술자리에 앉으면 검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

검사로서 범죄자를 가려내고 수사하는 일은 어느 누구보다 잘 하는 데, 그 일을 좋아하거나 즐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국문과에 가려고 했는데 아버지와 담임선생님이 우격다짐으로 법대로 원서를 쓰게 되어서 검사가 되었지만, 그 때 좀 더 완강하게 고집을 부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고 한탄한다.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주위의 친구들 가운데는 이런 친구들이 꽤 많다. 잘 나가는 직장,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인데도 본인은 만족하지 못한다. 술 한잔 들어가면 인생이 참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은 해야 한다.

그러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만 가려고 해서는 내 친구처럼 일생동안 후회하면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좋은 직장이요, 좋은 직업이다. 물론 내가 제 아무리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먹고 사는 데에 지장이 있다면 이 냉혹한 사회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하루 24시간 가운데 8시간은 잠을 자고, 8시간 내지 12시간은 일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4시간 내지 8시간은 일을 하기 위해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쉬는 시간들이다.

그러고 보면 의식을 가지고 살면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이고 가장 귀중한 시간이다. 하는 일이 즐겁지 않고, 짜증만 난다면 더군다나 그 일을 잘하지 못해 늘 상사로부터 꾸중이나 듣고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하다면 얼마나 그 인생이 비참하겠는가.

대학에 다니는 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도 우선적인 일은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일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과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실력을 연마하고 준비 해야 한다.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자.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를.

정 진 곤 교수<사범대ㆍ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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