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언정대의 진정한 아버집니다
당신이 언정대의 진정한 아버집니다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8.03.31
  • 호수 126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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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배움터 경상대와 국문대 안쪽에 위치한 언정대. 언정대의 정문 바로 옆 경비실에는 언정대 학생들 사이에서 ‘착한 아저씨’라고 불리는 경비 아저씨가 계십니다. 바로 서중석<안산시ㆍ상록구 63> 아저씨입니다. 최근 안산배움터 세콤 설치와 관련해 3월 2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12시간 동안 근무를 선 아저씨는 많이 수척하신 모습이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안부를 여쭤봤습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근무를 하다 보니 은행에 간다든가 병원에 가지를 못해, 그 부분이 요즘 가장 힘들어”라고 말하십니다. 이틀에 한번씩 24시간 근무를 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매일 나와서 근무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미소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다른 단과대의 경비원-학생의 관계와 달리, 언정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아저씨께 밝게 인사 합니다. 신입생들은 아직 어색하지만, 2학년들부터 대학원생까지 모두 아저씨와 친합니다. 아저씨 역시 학생들의 인사에 언제나 환한 모습으로 답하십니다. 왜 학생들이 아저씨께 인사를 잘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내 자식이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 역시 귀한거야. 언정대 학생들은 다 내 자식으로 보이는데 뭐”하시며 “내가 먼저 학생들을 자식처럼 진심으로 대하니 학생들도 편하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라며 허허 웃으십니다. 태도도 한 몫 하지만, 아저씨는 언정대 학생들이 착하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기자에게 보여준 강의실 대여 문서에는 조그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습니다. ‘아저씨 죄송해요, 자리에 없으셔서 그냥 놓고 갑니다. 다음부터 시간 잘 지킬게요’라고 정성들여 써져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군대를 가는 학생, 휴학을 하는 학생들 중 아저씨를 찾아오는 학생도 있습니다. 자기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꼭 건강하게 지내시고, 계속 남아있어 달라 부탁한다고 하네요. 다른 단과대 건물을 경비하는 경비원들은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자신은 이러한 학생들 덕분에 소외감보다 오히려 행복을 느낀다고 자랑스러워 하십니다.

자식으로 생각한다고 오냐오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을 낼 땐 혼이 빠지게 혼냅니다. 언정대의 학생들을 자식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학에 들어오면서 학생들에게 꾸중을 하는 사람이 없잖아, 부모보다 머리가 컸고,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혼내지 않잖아, 그러니 갈팡질팡 하는 거지. 그런 학생들에게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해”라고 말하십니다.

무인 경비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교내 경비원 수가 줄어들 것입니다. 아저씨는 점점 기술이 발달하는 시대에 첨단기기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젠가는 바꿔야 할 것이었고 교체를 하면서 누군가 학교를 그만둬야 된다면 차라리 자신이 그만두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곧바로 “그래도 언정대에 남고 싶어” 라며 말을 바꾸십니다. 24시간 근무 체제에서 12시간 근무 체제로 바뀌면서 아저씨는 오후 7시에 퇴근합니다. 퇴근하면서도 언정대를 한바퀴 돌며 학생들이 다른 경비원에게 혼나지 않도록 당부해주십니다. 퇴근하는 순간에도 언정대 학생들이 눈에 밟혀 떠나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저씨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아저씨는 말하십니다. “정년이 되어서든 세콤이 정착되든 언젠가 학교를 떠나야 하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때는 자원봉사를 해서라도 언정대에 남고 싶어, 내 자식과 같은 학생들을 두고 내가 어딜 갈 수 있겠어”

서중석 아저씨. 당신이 언정대의 진정한 아버집니다.진정한 아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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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9:34:49
서중석 아저씨는 언정대 학생들에게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시는 분이네요. 그의 배려와 인정은 학생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를 통해 그의 마음과 노고를 알게 되어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그의 배려를 따라갈 수 있기를 바라며, 서중석 아저씨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