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살인사건, 왜 일어나는가
엽기적인 살인사건, 왜 일어나는가
  • 김민수 기자
  • 승인 2008.03.23
  • 호수 1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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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없고 죄책감 없는 살인사건, 대안은 없나

작년 12월 25일 예수가 태어난 날 이혜진(10), 우예슬(9) 양은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저승사자는 혜진 양과 예슬 양이 살던 곳과 불과 130여 m 떨어진 곳에서 살던 이웃집 남자 정 모 씨(39)였다.

실종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이 피해학생들이 실종된 날 밤 10시쯤 용의자가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린 뒤 다음날 오후에 반납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 사건해결에 결정적이었다. 차의 트렁크에서 혈흔이 발견됐고, 분석결과 혜진 양과 예슬 양의 DNA와 일치했다. 두 소녀가 죽음으로써 세상에 남긴 마지막 SOS였다.

◆사이코패스 환자 정씨, 크로스오버 성범죄자일수도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비단 범죄의 잔인함뿐만 아니라 용의자가 평범해 보이는 이웃이었다는 점이다. 정씨는 진술을 번복하고 살인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 환자로 간주된다. 사이코패스 환자는 지적수준, 외관, 평소 행실 등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정 씨도 범행이 밝혀지기 전까진 주위 사람들로부터 선한 청년이란 말을 들었었다.

사이코패스 환자가 일으킨 살인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살인사건과 구별되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살인은 면식범에 의한 소행이 많다. 격정이나 충동이 동기가 돼서 살인을 하는데 피해자는 일부 지인에 한정된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살인사건의 경우 불특정다수가 살해대상이고 살해 동기는 없다. 굳이 살해 동기라 한다면 살인충동이 일어난 살인자의 눈에 띄었다는 것 정도다. 혜진, 예슬 양이 꼭 그런 경우다.

현재까지 수사된 결과를 놓고 보면 정 씨는 범죄자 유형으로는 ‘크로스오버 성범죄자’로 분류할 수 있다. 집에서 음란 비디오가 나왔고 컴퓨터 하드에 음란물이 저장돼 있었던 데다 피해자가 13세 미만 소아이며 범인이 독신남임을 미뤄보면 정씨는 여아에게만 성적충동을 느끼는‘소아기호증’이 의심된다. 그런데 수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정씨가 군포 부녀자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됨에 따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이코패스 환자, 왜 살인하나
살인을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살인행위를 통해 뭘 얻고자 하는 것일까. 이윤호<동국대ㆍ경찰행정학> 교수는 “성범죄자들은 사회적 분노를 성범죄 행위 자체로 복수하려 하거나 성범죄의 쾌감으로써 잊으려 한다”며 “정 씨의 경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 살인으로 얻으려는 바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성도착증과 소아기호증이 계기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심리학에선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를 증오하는 소외계층을 만들어 사회전반에 복수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복수의 방법은 물론 범죄다. 범죄는 도구적 범죄와 표출적 범죄로 나뉘는데 중범죄로 이어지는 것이 표출적 범죄다. 표출적 범죄는 범죄행위 자체가 목적으로, 숭례문 방화사건이나 폭력과 엽기적인 살인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재범방지 위해 처벌 강화해야
제 2의 정씨가 나오지 않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교수는 “이런 범행을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가려낼 기준은 없고 재범률이 높다는 점에 착안한 전자 팔지나 신상정보 공개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어렵다”며 “지금보다 형량을 높이고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반드시 붙잡혀 엄격히 처벌받는 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 범죄를 억제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이 교수의 말과 관련, 정 씨가 이번 사건 외에 과거에도 살인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형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붙잡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를 사형시켜라. 나를 풀어주면 또 살인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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