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요즘 드라마에 사람은 어디 있는가
도대체 요즘 드라마에 사람은 어디 있는가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3.17
  • 호수 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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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엔 사람이 없다. 눈이 너무 커 와이퍼를 달아야 할 듯한 순정만화 주인공들만 있을 뿐이다. 가난하지만 낙천적이고 명랑한 여주인공과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가슴 한구석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남주인공. 그리고 여주인공만을 사랑하는 쿨 하면서도 속 깊은 녀석 하나. 줄거리도 너무 판에 박혀, 1화만 보더라도 전개의 70~80%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자신들도 진부하단걸 느끼는지 결말을 살짝살짝 비틀긴 하지만, 고독이나 네 멋과 같은 드라마에 목말라 하는 나와 같은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엔 너무나, 2%가 아닌 98%가 부족하다.

예전 「파랑새는 있다」라는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이상인과 박남현이 나오던 드라마. 그 드라마엔 사람이 살았다. 뻔쩍뻔쩍 빛나는 차와 멋진 양복을 빼입은 만화주인공이 아닌 추리닝에 난닝구 걸친 쌍절곤을 휘두르는 사람이 살았었다. 시청률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먹고 사는 드라마가 제작ㆍ방송 됐었단 말이다.

만화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는 시청률을 얻기 쉽다.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욕망을 자극해 대리만족을 얻게 하는 시청률을 얻는 가장 전통적이고 확실한 보증수표다. 내가 기억하던 시절도 그랬고 그 이전 시절도 그랬다. 현재 역시 마찬가지고 미래에도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 앞ㆍ뒤에 광고를 편성해 그 수익금으로 먹고 사는 방송국 입장에선 이런 드라마의 제작ㆍ방송이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아마 방송국의 변으론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있겠다. ‘사람 사는 얘기도 좋고 현실성도 좋지만 그런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 돈? 좋다 이거다. 하지만 위 논리는 결국 이런 논리로 귀결된다. 1. 시청률을 확보하려면 위와 같은 드라마에 톱스타를 출현시켜야 할 것이고 2.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고 3. 그러려면 돈이 많이 벌리게 광고를 많이 유치해야 할 것이고 4. 그러려면 시청률을 확보해야 할  것이고 1->2->3->4->1->2->3->4...이런 식의 논리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결코 끊어지지 않을 이 사이클은 계속해서 우리들이 보는 드라마 제작에 적용 된다.

결단이 필요하다. 이런 악 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결단. 만들기 쉽고 찍기 쉬운 저런 순정만화식 드라마보단 누가 봐도 잘 만들었다고 종영된 후에도 그 드라마 분위기에 젖어 사는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사람 사는 드라마에도 시청자들은 몰린다. 웰 메이드 드라마. 실패한 경우가 있는가? 매니아층을 형성한 드라마는 광고수입뿐만 아니라 다른 부가적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캐릭터상품ㆍ드라마 속 장면에 대한 관광수입. 방송사 입장에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치가 아닌 미래의 수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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