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전용강좌, 누구를 위해 수를 늘리나
영어전용강좌, 누구를 위해 수를 늘리나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3.17
  • 호수 12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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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의 대학들을 대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높은 평가를 받은 학교는 더 많은 지원금을 받고, 해당학교 출신 학생이 회사에 지원할 시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다. 검토 단계라고는 하지만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발언이다.

한양대는 이에 대해 예전부터 준비 해온 듯 하다. 2007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국제화 부분에서 순위권 밖을 기록한 한양대는 최근 들어 영어전용강좌를 증설하고, 외국인 학생 수를 늘리는 등 국제화 지수를 높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오히려 학생들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안산배움터 수업학적계 과장은 “중앙일보에서 하는 대학평가 항목 중 하나가 국제화다”라며 “전공강좌 중 영어강좌 비율도 대학평가 국제화 지표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국제화 지수를 높이려는 시도가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단순히 평가를 잘 받기 위함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갑작스레 늘어난 영어전용강좌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산배움터 경제학부 학생들은 전공강의 중 영어전용강좌 비율이 40%나 된다. 경제학부 2학년 학생들의 경우 한창 전공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시점에 영어 공부까지 강요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비단 경제학부 학생들만의 일은 아니다. 학생들의 학습수준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강좌만 늘리는 일은 학교 측의 단순한 결과 위주의 행정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교 당국은 이 점을 예상하지 못한 것인가. 학교 평가를 높이기 위해 혈안이 돼 이런 부작용을 간과한 것인가. 학교의 숫자놀음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다. 교내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편한 점 하나하나를 신경쓰면서, 정작 학교의 주가 되는 한국인 학생들은 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가.

학교의 평가순위를 높이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내실을 다지지 않고 급급한 순위 놀음에 집중하는 것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학을 평가하는 기본적인 기준은 해당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돼야 한다. 강좌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외국인 학생의 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학교의 평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 당국은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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