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받는 단풍이 아름답다
시련 받는 단풍이 아름답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3.17
  • 호수 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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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이 ‘전통’을 만들어 갑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갖고 있는 고가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빙하기 때 자란 나무로 만든다 합니다. 나무는 겨울에도 자랍니다. 하지만 여름에 자란 나무에 비해 나이테 간격이 좁습니다. 나이테 간격이 좁다는 것은 그만큼 나무가 자라는 동안 많은 모진 비바람과 추위를 견뎌냈다는 증거입니다.

빙하기 때 자란 나무는 나이테 간격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촘촘할 것입니다. 그렇게 모진 비바람과 추위를 견디면서 자란 나무에서 울려 퍼지는 풍상의 감미로움이 바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내는 신비의 소리라 합니다. 나무가 자라면서 겪은 진통이 아름다운 선율로 녹여진 것입니다. 오늘날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갖고 있는 명성과 전통도 진통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진통이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갑니다. 시련 받는 단풍일수록 아름답듯 진통을 겪은 나무에서 새로운 전통을 창조하는 신비의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진통 없는 전통은 한 순간에 전락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활에 여러분들이 겪은 진통의 체험과 흔적은 여러분 특유의 칼라를 결정하는 원동력입니다. 진통을 경험한 가운데 생긴 상처가 기억이 되고 기억이 아름다운 흉터로 남는 것입니다.

‘목재’보다 ‘분재’가 오래 삽니다. 솔방울이 여물면 소나무 씨앗을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운 좋은 소나무 씨앗은 비옥한 땅에 떨어져 목재로서의 가치를 뽐내면서 쑥쑥 자라다 목수에게 어느 순간 베어지면서 일생을 마감합니다. 운 좋지 못한 소나무 씨앗은 바위틈에 떨어져 씨앗 속에 담고 있는 아주 적은 양의 수분으로 바위에 틈을 마련하고 거기에 빗물을 담아 치열한 생존투쟁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자라나 분재 수집가에게 발견돼 평생 양지바른 곳에서 극진한 대접받아 가며 살아갑니다.

선배들이 닦아 놓은 탄탄대로의 길에 무임승차하지 마십시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남들이 갔던 길과 반대 방향으로 가려는 도전만이 대학생활 이후의 여러분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대학생활은 분재가 자라는 바위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도 희망의 빛은 있게 마련입니다. 운 좋게 직선주로처럼 빠르게 자라다 빠르게 한 생을 마감한 목재와 운 나쁘게 곡선의 궤적을 그리면서 느리게 자라다 평생을 자신의 향기를 내뿜으면서 자라는 분재가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직선’은 ‘곡선’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에서 나옵니다. 물도 99도까지 끓지 않고 곡선여정을 그리다 1도차이로 100도가 되면 폭발적으로 끓어오릅니다. 증기기관차도 211도에서도 움직이지 않다가 212도가 되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너무 빨리 전공에 매달리고 너무 급하게 취업준비에 몰두하는 직선의 대학생활보다 풍부한 교양, 다양한 전공분야의 벽을 넘나드는 안목과 식견을 쌓는 곡선의 대학생활이 대학 졸업 이후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원천이 됩니다.

죽순도 땅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어둠의 고독을 벗 삼아 내공을 키우다 땅위로 나오면 엄청난 속도로 자랍니다. 곡선의 내공연마 기간 없이 직선주로를 달릴 수 없습니다. 개미도 먹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곡선을 그리면서 방황하다 먹이를 발견하면 직선코스로 달려갑니다. 직선보다 곡선이 훨씬 깁니다. 곡선의 길이가 직선의 높이, 즉 여러분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의 높이를 좌우하는 원동력입니다.

유영만<사범대ㆍ교육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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