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두 가지로 나뉜다. 생협을 하는 학교, 하지 않는 학교
대학은 두 가지로 나뉜다. 생협을 하는 학교, 하지 않는 학교
  • 남정미 기자
  • 승인 2008.03.08
  • 호수 1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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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느끼는 생협
여기 학생 A와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학생 A는 생협이 있는 00학교에 다니고, 학생 B는생협이 없는 ㅁㅁ학교에 다닌다.  기대했던 것 처럼 생협이 있는 학교라고 자판기 값이나, 식당값이 월등히 싸진 않다.

학생 A와 B모두 적게는 100원에서 많게는 250원 사이의 자판기 커피를 이용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다음이다. 생협이 없는 ㅇㅇ학교와 생협이 있는 ㅁㅁ학교 학생모두 자판기에 불만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생협이 있는 ㅇㅇ학교의 학생들은 당장 교내에 있는 제안카드를 통해 율무차 대신 코코아로 바꾸고 싶다고 얘기한다.

생협은 이를 수용해 가능하다면 메뉴를 코코아로 바꿔주고, 가능하지 않다면 왜 가능하지 않은지 얘기한다.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협이 없는 ㅁㅁ학교는 제안카드라는 개념을 찾을 수도 없을뿐더러 학생들이 자유게시판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고작이다. 토로된 불만에 대한 답변도 대부분 들을 수 없다.

해당 자판기 업체에게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을 해서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뤄지리란 보장도 없으며 방문자체도 힘이 든다.

건의 뿐 아니다. 생협이 있는 ㅇㅇ학교의 자판기 수입은 고스란히 A학생에게로 돌아온다. 그 수익금을 통해 A학생이 원하는 다른 복지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다른 복지사업을 선정할 때도 학생들의 의견을 가장 먼저 반영한다.

생협이 없는 ㅁㅁ학교의 경우 자판기 수입은 고스란히 자판기 업자에게 넘어간다. 복지사업에 학생의 의견이 반영 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 생협, 왜 만들어졌나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대학에서 소비ㆍ문화ㆍ환경 등의 생활을 보다 나은 생활로 가꾸기 위해 대학생활의 직접 당사자인 구성원 스스로 조직한 협동조합이다. 즉, 스스로가 생협에 돈을 내는 출자자 이면서 스스로가 운영자이고 스스로가 이용자인 협동의 단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생협의 첫 시작은 아이러니 하게도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됐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어떤 수익사업을 운영할 경우 학생들은 그 수익들이 어디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불공정하게 이용되진 않는지 의심을 한다. 반대의 경우 총학생회와 같은 학생자치기구가 수익사업을 운영할 경우 학교 측에서도 의심을 하게 된다.

보통 대부분의 경우 앞의 예가 더 많기에 대부분 생협의 첫 시작은 학생단체에서부터 시작된다. 총학생회를 주축으로 차츰 교수ㆍ교직원으로 확산돼 간다. 특히 1998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제정됨에 따라 생협이 법적인 공신력을 갖게 되자 많은 대학들이 합법적인 수익사업을 하기 위해  생협을 설립했다.

이미옥<대학생협특별위원회 조직교육팀> 과장은 “생협은 등록금 투쟁처럼 학교와 투쟁해선 안된다”며 “내가 아는 교수, 교직원에서부터 시작해 차차 서로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생협 가입대학은 21개이며 1개의 대학이 추가 가입할 예정이다. (아래 표 참조)

조합명

설립연도

조합명

설립연도

강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1

세종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1

경북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1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0

경희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3

이화여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1998

경상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4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1998

금오공과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7

인천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5

국민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3

인하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1

동국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4

조선대학교 생활협동조합

1990

부산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6

전남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7

상지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5

창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6

상주대학교 생활협동조합

2004

한국외국어대학교(용인)생활협동조합

1994

숭실대학교 생활협동조합

1999

 

 

▲ 생협의 주체는 누구
일부 사람들은 생협의 주체를 학생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생협은 대학 내 교원ㆍ직원ㆍ학생 등 대학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대학생활을 위해 대학 내 설립한 협동조합 중 하나다.

협동조합의 또 다른 예로는 지역ㆍ의료등이 있다. 대학 생협도 이러한 생협 중 하나의 형태라고 보면 된다.
이 과장은 “생협이 없는 학교의 경우 총학생회가 그런 일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생협은 교원ㆍ직원ㆍ학생으로 구성되어 학생들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총학생회의 경우 임기가 1년이기에 올해에 계획했던 행사라 할지라도 임기가 지나면 다음 해에는 계속 지속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반면 생협의 경우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운영에 힘쓸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함께 계획해 나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 생협, 무슨 일을 하나
대학생협이 하는 주요활동은 크게 대학 내 후생복지시설운영 및 관리와 교육홍보활동으로 나눠진다. 대학 내 후생복지시설운영 및 관리에는 식당ㆍ매점ㆍ서점ㆍ자판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식당의 경우 생협 조합원들의 모니터링을 통해 식당을 운영하며, 생협에 가입한 대학 중 18개 대학이 공동구매를 통해 식자재를 공급받는다.

조합원들이 불시에 공장을 방문해 청결상태를 체크하고, 최근에는 공정거래ㆍ유기농코너 등 좋은 먹거리 제공에도 힘쓰고 있다. 이 과장은 “가격의 경우에도 최소 10%에서 50%정도 저렴한 편”이라 말했다. 
교육홍보활동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직접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한마디 제안카드 운영ㆍ교직원과 학생들이 친목을 다질 수 있는 문화유적지 답사ㆍ식당체험활동ㆍ유기농생산지 탐방 등이 특히 눈에 띠는 활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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