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와 리더십
새내기와 리더십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3.03
  • 호수 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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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 잘라 한쪽에는 거지 일가족이 살고, 다른 한쪽에 온 가족이 세 들어 살면서 거지보다 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거지는 때가되면 먹을 것이 있었지만, 끼니를 거를 때가 거지가족보다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남의 것은 물 한 잔이라도 그저 얻지 먹지 말고, 늘 하나님께 의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가르쳤다. 막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국민들은 그로부터 화합과 섬김과 풍요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학에 입학한 올 신입생들은 흥분과 기대가 보통사람보다 두 배나 클 것이다.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해 입시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합격의 영광을 누리게 된 신입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각별한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다. 갑자기 바뀐 자유로운 학교생활, 고등학교와는 비교가 안 되는 넓은 캠퍼스, 전국에서 몰려든 친구와 선후배, 각종 명목의 끝없이 이어지는 술자리와 함께하다보면 첫 학기는 순식간에 지나가기 쉽다.

이런 새내기에게 한 가지만 부탁을 하고 싶다. 인생의 비전과 목표를 하루 빨리 정하라는 것이다. 만약 이미 그러한 목표가 이미 정해졌다면 빨리 구체적인 실천 작업에 돌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꿈을 꾸든 우리학교 신입생들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리더가 될 사람들이다. 리더는 공부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늘 책 속에 묻혀서 공부만 하는 학생은 대개 친구가 없다.

남보다 먼저 와서 가장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강의 듣고, 수업시간에 질문도 잘하고, 토론에도 적극 참여하면 교수의 관심을 쉽게 받을 것이다. 수업과 시험 준비를 늘 철저히 하다보면 성적을 잘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학과 공부 뿐 만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각종 “스펙”을 철저히 준비하고 관리하다보면 남들이 좋다고들 하는 자리에 쉽게 취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활로 말미암아 사색과 독서, 취미생활, 봉사활동, MT나 체육대회 같은 학과 및 학교행사, 동아리활동 같은 것에 소홀하면 인생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을 잃게 된다. 이런 학생이 성적이 좋아 수석졸업을 한들 쉽게 취업할 수 있을까? 더더욱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리더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나로 하여금 리더로 인정해주어야 가능하다.

진정한 리더가 갖추어야할 두 가지 조건은 탄탄한 실력과 원만한 인간관계이다. 우리는 대개 둘 중 하나에 전념하기 쉽다. 그러나 현대는 실력만 갖추었다고 남들이 나를 리더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자기만 잘 난줄 알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니 한마디로 “밥맛”이다.

그렇다고 실력도 없이 인간관계만 마냥 좋은 사람도 리더가 될 수 없다. 사람은 좋지만,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대학 새내기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환경에 있다. 세상을 이끌 탄탄한 실력과 세상을 섬길 따뜻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08학번 새내기 모두 자신이 처한 지금의 환경이 비록 어렵더라도 큰 꿈을 가지기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그 꿈이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삶의 터전에서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31년만 있으면 우리 대학 설립 100주년이다. 그때 동문회관에는 이렇게 나붙을 것이다.

“경축 한양대학교 동문 대통령 취임”

엄익상 <인문대ㆍ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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