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생활백서>새학기 집구하기
<한대생활백서>새학기 집구하기
  • 남정미 기자
  • 승인 2008.02.18
  • 호수 1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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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모님 걱정 뚝 - 종교단체 기숙사

옛 부터 의ㆍ식ㆍ주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3가지로 여겨졌다. 어느 하나 양보할 수 없는 3가지지만 새 학기를 준비하는 2월 말 만큼은 ‘주’가 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제 막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조금씩 독립의 맛을 알아가는 4학년 졸업반까지 바야흐로 새 보금자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옷도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존재하듯, 집도 각자에게 알맞은 곳이 존재한다. 장점만 가득한 천국이 있다면 그 곳을 소개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각 곳의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자세하게 싣고자 했다. 이제 선택은 당신에게 남았다.

1 부모님 걱정 뚝 - 종교단체 기숙사

‘그릇과 여자는 밖으로 돌리면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풍토와는 어울리지 않는 옛 속담이지만 딸을 머나먼 타지로 보낸 부모님은 혹여나 우리 딸이 깨질까 겁이 난다.

변희진<동덕여대ㆍ프랑스어과 07>양도 그 중 한 명이다. 변 양은 집 근처의 지방대와 서울 소재 대학 둘 다 합격한 상태였지만 변 양의 부모님은 기숙사가 존재하지 않는 서울 대학 진학을 반대했다. 그러다 알게 된 곳이 ‘종교단체 기숙사’다.

얼핏 이름만 들어보면 신실한 가톨릭 신자만을 위한 곳 같지만 무종교인부터 타 종교인까지 모두 허용한다. 가격은 학교 기숙사보다 비싸며 하숙집 보다는 싸다. 방은 1인실ㆍ2인1실 이 있으며 침대ㆍ책상ㆍ옷장 같은 기본적인 가구들은 갖추고 있다. 화장실은 한 층을 같이 사용하지만 크기가 크고 따로 샤워실을 갖추고 있어 큰 불편은 없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수녀님들이 함께 식사하기에 마치 집 밥을 먹는 것처럼 든든한 아침ㆍ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 수녀님들을 통해 외국어 배울 수 있고, 수녀님들을 통한 상담도 가능하다. 통금시간은 11시 30분으로 정해져 있으며, 한 달에 한번 자녀의 외박상황을 체크해 집으로 편지가 날아간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가톨릭 기숙사에도 불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김하림<고려대ㆍ인문 07>양은 “통금시간을 지키지 못해 수녀님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난적이 있다”며 “모임에서도 번번이 일찍 가야 해 속상한 적이 많았다”고 전한다. 이렇듯 규격화된 통금시간은 자유를 침해하는 옥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구나 종교 기숙사이기에 통금 준수가 더욱 엄격하게 이뤄진다.

기숙사의 위치가 자신의 학교와 먼 경우도 문제가 된다. 자취ㆍ하숙에 비해 통학하기에 큰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모쪼록 자신의 학교를 기준으로 통학수단을 잘 살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친구는 물론 부모님도 출입을 할 수 없기에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밤을 보내는 재미는 꿈꾸기 힘들다.

2 지역을 이용하라 - 시ㆍ도 기숙사

추운 겨울에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다 보면 ‘왜 하필 우리 집은 서울이 아닌지’하는 원망이 절로 든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고향을 탓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대부분의 시ㆍ도에서 ‘우수인재양성’을 목표로 저렴하고 우수한 면학분위기의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다.

시ㆍ도 기숙사라 함은 각 시ㆍ도에서 지방 유학생의 편의와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한 곳이다. 현재 서울에 있는 각 시ㆍ도 기숙사로는 전라남도에서 운영하는 남도숙사ㆍ충청북도에서 운영하는 충북학사ㆍ전라북도의 전북장학숙ㆍ제주시의 탐라영재관ㆍ경기도의 경기장학관ㆍ강원도에서 운영하는 강원학사가 있다.
이들 학사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저렴한 가격으로 지방 학생에게 좋은 보금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각 도마다 해외 유학프로그램ㆍ장학재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 잠자리 외에도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충북학사에 1년째 살고 있는 최진선<동국대ㆍ경영학과 07>군은 “학교 내 기숙사가 없기 때문에 처음엔 어떡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며 “충북학사를 알게 된 후 서울생활이 한결 편해 졌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군은 “같은 고향 출신 사람들을 통해 새내기 처음에 겪었던 외로움을 많이 달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혜택이 있는 만큼 입사절차는 까다롭다. 대부분의 시ㆍ도 기숙사가 성적과 면접을 기준으로 학생을 뽑고 있으며 심한 곳은 경쟁률이 4:1에 달하기도 한다.

이들 기숙사는 교육 기숙사를 표방하고 있기에 기숙사 내 이수해야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좋은 취지로 시행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지나칠 경우 자신의 자유와 배치돼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통금시간ㆍ기상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자취ㆍ하숙에서 겪을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없다. 공동생활에 익숙지 않는 이들은 아침체조 같은 기숙사 내 공동생활이 불편할 지도 모른다. 학교와 먼 교통편도 충분히 고려해 봐야 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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