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과 멀어지는 선수들..프로의식 재정립이 필요하다
팬들과 멀어지는 선수들..프로의식 재정립이 필요하다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7.11.26
  • 호수 1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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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테인먼트 프로스포츠 내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다

#1 지난 10월 3일 전남과 인천의 FA컵 축구 4강전.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고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의 방승환 선수.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못하고 상대 선수에게 위험한 태클을 가했다. 심판은 당연하다는 듯 노란 색 카드를 꺼냈다. 이어 붉은 색 카드가 나왔다. 붉은 색 카드가 나오는 동시에 방승환은 심판에게 달려가 격한 항의를 했다. 게다가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를 그라운드 밖으로 보내려는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의 제지에도 방승환 선수는 계속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길 수 분여, 관중석에서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인천구단 관계자들이 힘으로 방승환 선수를 퇴장시킨 뒤에야 소동은 일단락됐다.

#2 지난 10월 21일 K리그 6강 울산과 대전의 플레이오프 경기. 후반 24분 박동혁 선수의 추가골로 2대 0으로 울산이 리드하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 그라운드에 물병이 한 두 개씩 날아들기 시작했다. 물이 가득 찬 병이었다. 처음에는 김영광 선수도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34분 울산 수비수의 파울에 심판 휘슬이 조금 늦게 울리면서 사건은 일어났다.

대전 팬들은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그라운드에 물병을 던졌고 김영광 선수는 그 물병을 집어 다시 관중석으로 던진 것이다. 이에 흥분한 대전 팬들은 물병을 계속 그라운드로 던졌고 일부 팬은 그라운드에 진입하려 했다. 경호원들의 제지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5분여 동안 경기는 중단됐다. 주심은 비신사적 행위를 한 김영광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다.

#3 지난 5월 26일 SK 와이번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인천 문학경기장에 SK와이번스 이만수 코치가 팬티 바람으로 관중들 앞에 나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았다. 훈련도중 선수들에게 팬들이 만족하는 경기를 펼칠 것을 주문하며 10경기 안에 문학구장이 만원이 되면 팬티만 입고 그라운드를 돌겠다고 선언의 실천이었다.

이날 문학경기장 3만석이 모두 찼고 이 코치는 그라운드를 돈 후 인터뷰에서 “팬들과의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만수 코치의 ‘팬티쇼’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팬들에게 ‘감동’이라는 뜻밖의 성과를 남겼다. 이후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2만명이 넘는 관중이 끝까지 남아 감격의 순간을 함께 했다.
 
프로스포츠는 선수들이 하는 경기다. 선수가 하는 스포츠에서 관중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 이외에 그 동안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승리만을 위한 경기, 이해관계가 얽힌 경기내용은 팬들로 하여금 그라운드를 떠나게 만들었다. 프로스포츠는 점점 침체되기 시작했다.

스포테인먼트.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구단이 표방한 이 말은 올해 스포츠계에 화두였다. 스포테인먼트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운동효과와 오락성을 두루 갖추면서 스포츠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성을 늘린다는 것이다.

SK는 올해 구단 운영방향을 스포테인먼트로 잡았다. 또 슬로건을 ‘팬 퍼스트(Fan First) 해피 베이스볼(Happy Baseball)’로 내걸었다. 팬들을 위한 야구, 재미있는 야구를 내세운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장 등의 시설에 팬들을 위한 및 팬 서비스가 이어졌다. 특히 이만수 코치의 일명 ‘팬티쇼’는 일약 화제가 됐다. SK 와이번스 홍보팀 맹민호씨는 “과거엔 경기가 우선이고 팬은 부수적 요소로 여겼다. 하지만 올해는 팬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며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임원진들 간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SK의 노력은 팬들의 반응으로 나타났다. 팬들은 이만수 코치의 농담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팬티 쇼를 성사시켰으며 어느 팀보다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응원해 선수들에게 힘을 주줬다. 또한 정규리그 63경기에서 문학구장을 찾은 관중은 65만 여명. 인천 연고구단 최초로 경기당 관중 1만명을 넘어섰다. 또한 SK는 올해까지 63만 명의 관중을 기록, 인천 연고팀 사상 최초로 6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렇게 팬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는 스포츠 경기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SK의 이러한 노력과는 반대로 프로축구에서는 방승환, 김영광 선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으로 팬들을 경기장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는 팬들을 위한 프로정신이 미흡함을 나타내고 있다.
각 구단에선 선수들에게 프로선수로서 가져야 할 기초소양의식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소양의식 강의는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전무한 실정이다. 기초소양의 부족은 프로정신의 부족으로 나타난다. 가끔씩 그라운드에서 도를 넘는 위협적인 동작도 서슴지 않는 선수가 등장한다. 이것 역시 선수들의 기초소양의 부족으로 인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승리에 집착한 선수들의 행동 역시 문제시 되고 있다. 프로의식을 망각한 채 심판의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감독마저도 이성을 잃는다. 팬보다는 당장의 경기에만 집착하는 이러한 낮은 프로 의식은 그라운드를 찾은 팬들의 발걸음을 다시 집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선수들이 지급받는 연봉은 경기장을 방문하는 관중들이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의 연봉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관중이 없다면 선수들의 연봉 역시 없다. 하지만 프로선수들은 이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 올림픽 대표팀의 기초소양강연을 했었던 고원정 작가는 “자신의 연봉만큼의 실력과 팬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프로선수들은 그런 의식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프로선수들이 윤리적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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