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광복 60주년
우리말 광복 60주년
  • 성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5.10.02
  • 호수 12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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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함축어 등 한글 파괴 갈수록 심해져

도심어디에서도 영어로된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어리석은 백성들은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에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들과 훈민정음을 반포해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줬다. 하지만 559년이 지난 지금은 나랏말의 오염이 심해져 국민들이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언어에는 외래어의 급속한 유입으로 영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단어가 많아졌다. 이제 외래어는 의사소통 과정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제외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현상은 대중 영향력이 강한 방송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9월 현재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연예오락프로그램 39개 중 25개의 프로그램이 제목에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 겨루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의 우리말 지킴이 운동에 앞장선다고 하지만 외국어 사용을 은연중 부추기는 것이다.

또 지난 3월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8백98개중 사명에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6백82개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기업을 표방하며 너도나도 사명을 영어로 바꾸고 있는 것인데 이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도심지역에 나가보면 영어로 된 상점 간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 기업의 경우 영어로 표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업체들도 영어 간판을 선호하고 있어 국내외 기업의 구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 휴대전화의 확산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신조어들은 세대간에 언어격차를 만들고 있다. 인터넷 세대와 ‘엄지족’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를 만들었다. 그 결과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반갑습니다’의 준말인 ‘방갗와 ‘하삼체’가 그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청소년들의 국어 학습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어나 유행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어 공부에 소홀해지면서 기본적인 업무 수행능력이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 일부 대학생들은 레포트나 입사지원서 등에 인터넷 언어나 이모티콘을 남발해 교수와 면접관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정보의 수용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기성세대는 외래어나 함축어의 사용빈도가 낮다. 때문에 집안의 자녀들이 TV 유행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동안 부모 세대는 연예인들의 행위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 같은 현상은 세대간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문화의 공유를 막아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말을 지키려는 노력들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별도의 홈페이지(www.malteo.net)를 통해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한 이 사이트에서 리플은 댓글로, 네티즌은 누리꾼으로 바꿔 현재 일반 대중에게 널리 보급했다. 최근에는 선팅, 퀄리티 스타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외래어들을 빛가림, 선발쾌투 등으로 다듬어 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한글 구사 능력 재고를 위해 언론사나 기업체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한국어 능력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이 많아지고 있다. KBS는 지난 2003년부터 공개채용에서 ‘한국어 능력평가시험’을 도입해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이는 많은 구직자들이 외국어 위주의 언어학습 습관에서 탈피해 한국어를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근 한글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경일로 지정해야만 한글의 위상이 바로 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글 광복 60년이 되는 해다. 그 동안 수없이 남아 있던 일본어의 잔재들을 미처 청산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래어와 정체불명의 신조어가 끼친 파장은 크다. 광복 6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를 맞이한 올해, 한글이 또 다시 다른 언어에 종속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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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2 23:37:20
한글 보호와 발전이 중요하다는 글이었습니다. 외래어의 급속한 유입으로 인해 우리말의 오염이 늘어나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신조어가 생겨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글 보호와 사용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며,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제정하는 등의 제안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