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기록관'을 만들자
'한양대 기록관'을 만들자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11.19
  • 호수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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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0여 년 전 미국 하버드 대학의 대학아카이브즈(대학기록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대학의 아카이브즈에서는 1백 년 전 이승만이라는 한국학생이 교수에게 입학을 상의하기 위해 보낸 편지를 보존하고 있었다.

이 대학의 아카이브즈는 5만5천 피트 서가 길이의 대학행정기록ㆍ6백여 명 교수의 개인기록ㆍ2만6천명의 박사논문ㆍ1만8천명의 학부졸업생 수상 논문ㆍ30만장의 사진ㆍ2천1백 개의 비디오테이프ㆍ2백50개의 영화필름ㆍ5백점의 그림 등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하버드만이 아니다. 외국의 선진대학들은 대학아카이브즈를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학아카이브즈는 대학의 역사를 보존하는 곳이며, 대학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아직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의 역사와 관련된 기록을 보존하는 데에 거의 관심이 없다. 대부분 ‘개교 몇십년사’라는 책을 만들 때 잠시 편찬위원회를 만들어 자료를 모으고, 책이 출간된 뒤에는 편찬위원회를 해체하기 때문에 그나마 모아둔 자료도 모두 흩어져 버린다. 때문에 자료의 축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대학사 편찬을 마친 뒤 그나마 모아진 자료들을 보존하기 위해 교사자료실 혹은 대학기록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립대의 경우에는 서울대와 경북대가 대학기록관을 만들었다.

또 사립대에서는 고려대ㆍ연세대ㆍ이화여대ㆍ성균관대ㆍ경남대ㆍ홍익대ㆍ서강대ㆍ명지대 등이 기록관ㆍ기록보존소ㆍ대학사료실ㆍ교사자료실 등의 이름으로 자료보존 시설을 만들었다. 이들 대학 가운데 대학기록관 혹은 기록보존소라고 이름을 붙인 곳은 나름대로 규정도 만들고 어느 정도 독립된 위치에서 대학기록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교사자료실이라는 이름으로 돼있는 곳은 독립된 규정도 없이 박물관이나 도서관 산하기구로 곁방살이를 하고 있다. 한양대의 경우에는 교사자료실이라는 기구도 없이 박물관 한쪽에 교사전시실이 있을 뿐이다. 이는 비슷한 수준의 타 대학들에 비교할 때 너무나 뒤떨어진 것이다.

대학기록관이란 무엇인가. 대학기록관은 대학의 행정, 교수와 학생의 연구·교육·학내외활동, 기타 대학사와 관련된 중요 자료들을 수집, 보존, 서비스하는 곳이다. 대학기록관에서 수집, 보존해야 하는 주요 기록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대학의 설립ㆍ발전과 관련된 주요문서, ②대학이사회 회의록과 기타 문서, ③ 대학교수회ㆍ학생회의 회의록ㆍ기타관련 문서, ④총학장의 주요 업무기록ㆍ총학장과 정책입안자간의 교환문서, ⑤학적부ㆍ장학금수여ㆍ징계 등 학생들과 관련된 기록, ⑥교수 및 직원의 인사기록, 예산과 재정 보고서ㆍ기타 영구보존의 가치가 있는 행정문서, ⑦대학교육과 관련된 출판물ㆍ특히 교과과정ㆍ시간표나 수업일정ㆍ커리큘럼 안내서, ⑧교수ㆍ직원ㆍ학생의 인명록,

⑨학생단체ㆍ교수단체ㆍ교직원단체ㆍ동문회의 신문ㆍ소식지ㆍ기타 공식 발행물, ⑩학생단체ㆍ교수단체의 성명서ㆍ포스터ㆍ대자보ㆍ기타 대학구성원의 의사표시물, ⑪퇴직 교수의 강의노트·연구자료ㆍ총장의 비망록ㆍ동문의 회고록ㆍ증언테이프 등 개인기록, ⑫ 대학사를 보여주는 각종 박물자료 등. 대학기록관은 이외 같이 대학의 역사와 관련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료를 수집ㆍ보존하면서, 필요로 하는 이에게 이들 자료를 서비스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 따라서 대학기록관이 없으면 대학의 역사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제 2009년이면 한양대는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개교 70주년을 맞기 전에 한양대기록관이 먼저 만들어져서 이곳에서 한양대 70년의 역사자료들을 충실히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찬승 <인문대ㆍ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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