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가 온다
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가 온다
  • 신승호 기자
  • 승인 2007.11.19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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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어둡게 삶을 살다 간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작품들이 오는 24일부터 다음 해 3월 16일까지 서울 시립미술관에 전시된다.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전시는 국내에선 최초이자 국내 전시 사상 최대 규모다. 고흐의 이런 대규모 작품 전시회는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에서 사망 100주년을 맞이해 연 회고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본 기자는 이런 거대한 고흐 전시회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고흐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작가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고흐는 “아, 정말이지 우리는 오직 그림으로만 말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좋은 예로 권총을 자기 가슴에 쏘기 직전에 그린 ‘보리밭을 나는 까마귀 떼’(그림-1)가 있다. 이 작품에서 검은색과 청색이 혼합된 있는 하늘은 고흐의 우울한 삶을 보여주고 까마귀 떼가 나는 모습은 마치 고흐의 권총자살시도 소리에 놀라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흐는 자신의 삶 주변에서 느끼고 본 것을 작품으로 남겼다. ‘교회에서’(그림-2)는 자신의 주변에서 있는 일들을 그린 그림이다. 설교를 듣는 인물의 표정과 자세를 다양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그 외에도 방, 집, 의자, 그와 만났던 사람들을 그린 작품 모두 고흐의 삶을 이해하고 난 후 감상한다면 보다 즐거운 작품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주변인물

고흐의 주변 인물들은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와 같은 시대를 산 사람은 아니지만 화가 밀레가 대표적인 예다. 그가 가장 흠모했던 화가인 밀레를 따라 그는 농민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의 대표작인 ‘감자먹는 사람들’이나 ‘씨 뿌리는 사람’, ‘땅 파는 사람들’이 모두 농민화가를 결심한 고흐의 작품들이다.

이 중 ‘씨 뿌리는 사람’(그림-3)은 고흐가 농민들의 노동의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그린 그림으로 이 작품은 같은 제목이지만 다른 작품으로 상당 수 존재한다. 이는 고흐가 얼마나 노동하는 농부들의 땀과 열정을 그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고흐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고갱이 있다. 그와 함께 동거했던 집을 그린 ‘노란 집’(그림-4)은 그의 특징인 노란색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화가 공동체를 꿈꾸던 고흐는 고갱이 자신의 의사에 동의하자 동거를 위해 노란 집으로 이사 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색감 외에 원근법의 사용이다. 그림을 보면 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원근법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흐는 이런 자유로운 원근법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동거를 하던 중 둘은 심하게 다투고 그 과정에서 고흐는 귀를 잘라 또 하나의 걸작인 고흐의 자화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외에도 고흐는 자신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주변 인물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룰랭의 초상’(1888)(그림-5)은 아를르에 머물던 시절 그와 절친했던 우체부 조제프 롤랭을 그린 작품이다. 롤랭은 고흐와 같이 사회적 성향이 사회주의적이고 공화적이어서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훗날 고흐가 입원해있는 병원에도 변함없이 찾아와 위로해준 진정한 친구였다. 고흐는 “초상화는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나 존경을 그리는 것”이라고 말해 룰랭이 대한 고흐의 애정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3 편지

고흐는 동생 테오, 화가동료 베르나르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고흐의 편지를 살펴보는 것은 작품 이해에 중요한 부분이 된다.

테오와 보낸 편지에서 고흐는 자신의 작품 ‘커다란 플라타너스’, ‘비’ 등을 보내며 동생에게  액자의 색깔까지 정해준다. 또 그 그림을 액자에 넣기 전까지는 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 부분은 화가 고흐가 자신의 그림에 색감을 보다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한 부탁인데 그 만의 작품에 대한 그 만의 고집을 엿볼 수 있다. 또 동생에게 돈과 작품을 위한 재료들을 보내달라는 부분은 지금 고흐에 대한 평가로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으로 그의 궁핍함을 보여준다.

베르나르에게는 앞서 말한 ‘씨 뿌리는 사람’ 에 대해 자신이 시골에서 자라난 과거 이야기를 하며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한다. 고흐가 자살한 당일까지 지니고 있던 오베르에서 쓴 편지에는 자신의 우울함과 인생의 허무에 대해 말하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4 작품의 가치
이번 전시회에는 유화 대표작 45점과 드로잉과 판화 22점 총 67점의 작품이 선보이게 되는데 전시보험가액만 총 1조 4천억 원에 이른다. 미술계의 월드컵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장이 엄청난 전시회다. 전시 보험 가액 중 ‘자화상’과 ‘아이리스’(그림-6)는 각각 1천억 원에 달할 정도의 걸작들이다. 그 중 ‘아이리스’는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에서 한 번도 반출 된 적 없는 작품으로 한국이 첫 외국방문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이니 만큼 보는 이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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