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예술과 영화라는 과목을 들었는데 과제 하나가 영화 시나리오 작성이었어요. 한 팀의 시나리오가 레즈비언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저는 듣고 어이가 없더라고요.

내용이 뭐냐면 여자 둘이서 서로 사랑을 하는데 한명이 교통사고를 당해요. 사고 후에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자기가 여자를 사랑했다는 기억을 잊어버린대요. 그러다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만나 자기가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깨닫는 내용이었어요.

동성애도 사랑인데, 사랑을 머리로 하진 않잖아요. 사랑을 하는 건 머리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몸이 반응하는 건데 동성애는 왜 머리로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사랑을 하는 건 배우는 게 아니라 저절로 알게 되는건데... 동성애는 후천적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얼마전 저희 모임 포스터를 붙였어요. 홍보 포스터 보셨죠? 꽤 많은 분들이 보신 것 같더라 구요.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지나가다 포스터를 봤는데 친구들이 ‘아 우리학교에 이런 모임도 있구나’라고 하더니 ‘그래도 우리학교에 일이십 명 정도 밖에 없지 않을까?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라고 단정 짓더라고요.

정확하지는 않아도 보통 적게는 4~5%에서 많게는 11%까지 성적소수자들이 있다는 비율이 나오거든요. 근데 사람들은 대부분 게이나 레즈비언이 있는 건 알아도 ‘내 주위에는 없겠지’, ‘내 친구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해버려요. 그래서 말도 함부로 하죠. 제가 여자를 좋아 하는 걸 모르는 친구가 옆에서 그렇게 얘기하면 정말 속상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