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상상하자
통일을 상상하자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11.05
  • 호수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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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만원 통근버스를 꽉 채운 사람들이 쏟아져 공장으로 들어간다. 길게 늘어선 자전거 출근 행렬이 이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이 즐겨 입는 여성 정장ㆍ내의ㆍ신발이 섬세한 여공의 손끝에서 탄생하고 있다. 창원공단이나 쑤저우공단 이야기가 아니다. 군사분계선 너머 그 곳, 2만여 명의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한데 어울려 땀 흘리는 곳, 바로 ‘개성공단’의 이야기이다. 개성공단에서만큼은 “그래, 통일은 이미 시작됐다.”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늘길, 땅길, 바닷길이 열려 이제는 1일 평균 1천7백 명이 육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97년 이전에 2천980명에 불과하던 남북왕래인원은 지난 10년간 37만 5천여 명에 이르러 126배나 증가했다. 2006년 13억 달러를 넘어선 남북교역액은 1997년 이전과 비교해 4.6배 증가했다.

이렇듯 눈부시게 발전해 온 남북관계가 또 한 번의 비상(飛上)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이 만들어낸 「10.4 남북정상선언」은 10개 항, 50여개 남북협력 사업을 담고 있다.

2007 남북정상선언의 가장 큰 성과는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를 합의한 것이다. 냉전과 대결의 서해를 한반도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기 위해 남과 북은 경제적 접근방식을 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를 통해 개방될 해주항은 북한 해군의 절반 이상이 집중해 있는 곳이다. 금강산 관광으로 장전항의 해군기지가 사라지고, 개성공단으로 서부전선이 후퇴했듯이 해주항을 개방의 중심지로 삼게 되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완화될 것이다.

오는 14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총리급회담과 곧이어 평양에서 열릴 국방장관급회담에서 정상선언 후속조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사안에 대해 합의하고, 남북당국 간 회담을 정례화 시켜나간다면 남과 북은 통일의 실질적 단계인,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통일을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상상할 때가 됐다. 한반도의 평화는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협력에 의한 평화요, 한반도의 통일은 일방의 붕괴에 의한 통일이 아니라 공존공영에 입각한 통일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통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남과 북이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남북경제협력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이 아니다. 북측이 가진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그리고 남한이 가진 자본과 기술을 더해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고, 장래의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국내 제조업이 겪고 있는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북한과 미국 간에도 부시정부 임기 내에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관련국들이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청년의 눈빛과 기상에 달렸다. 통일은 결코 먼 얘기가 아니다.  남에게 떠맡기고만 있을 수도 없다. 통일을 주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남과 북의 국민이어야 한다. 통일을 상상하자. 그리고 한발 앞서 준비하자.

국회의원 임종석 <무기재료공학ㆍ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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