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제도와 중복돼 효율성 떨어져
학자금 대출제도와 중복돼 효율성 떨어져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11.05
  • 호수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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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권오규 재경부장관의 등록금 후불제 실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등록금 후불제는 학비가 없는 학생에게 국가에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한 뒤, 졸업 후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학생에게 저금리로 자금을 융자해 천천히 돌려받는 것이다. 전국교수노조 등 교육단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쌍수를 들었으나, 단 몇 시간 동안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교육부에서 재정부족을 이유로 “현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밝힌 바에 따르면, 1년 대학등록금 총액은 12조원, 4년이면 약 50조원이라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는 등록금 후불제의 전체적인 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뜻한다.

설령 등록금 후불제가 시행된다 해도 재경부장관의 말처럼 “취업한 뒤 확실하게 대출을 갚을 수 있는 학생들부터 시행”될 확률 또한 크다. 기존 학자금 대출은 신용이 크게 불량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학자금을 대출해줬다.

하지만 신설 제도는 취업에 불리한 학과 학생에게는 신용상의 문제가 없어도 등록금 지원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취직하기 쉬운 학과에 진출한 학생은 더 편리하게 등록금을 융자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등록금 마련이 더욱 힘들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강자에게 지원을 몰아주고 약자는 내팽개치는, 형평성이 심각히 결여된 정책인 셈이다. 

게다가 학자금대출이라는 제도가 현재 시행되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제도를 만들어 중복 시행하는 것은 정책의 방향을 분산시킨다. 따라서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등록금 후불제가 시행되면 중복재정을 줄이기 위한 노력, 혹은 신설제도의 효용성 선전의 일환으로, 기존 학자금대출기금이 축소되거나 대출금의 상환이자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기존 학자금 대출기금의 재정 부담을 축소시키고, 여기서 생긴 여유자금으로 신설 등록금 후불제의 재정을 뒷받침한다는 말이다. 이는 학자금대출의 수혜자로 남아야 할 ‘취업이 확실치 않은 학생’의 등록금 대출마저 힘들게 할 것이다.

집이 낡았다면 리모델링을 하면 된다. 굳이 멀쩡한 집 옆에 새 집을 지을 필요까지는 없는 법이다. 등록금 후불제는 정부 측에 전시행정의 빌미를 만들어 주고, 결국엔 행정력을 분산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부분적 제도 시행으로 인해 생기는 학생들의 피해도 생각해야만 한다.

만약 우리에게 등록금 후불제와 같은 새 정책을 시행할 여력과 재원이 남아있다면, 그 힘을 기존 학자금대출기금의 추가확보와 학자금대출금 상환이자율 인하에 쏟는 것이 전체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최보근<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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