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는 만큼 보인다 - 음향
영화, 아는 만큼 보인다 - 음향
  • 김보만 기자
  • 승인 2007.11.05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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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음향효과

영화 「몽상가들(the dreamer)」을 보고 싶은데 컴퓨터 사운드카드가 망가졌다. 어짜피 영화는 ‘보는 것’이니 괜찮지 않겠냐는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사벨의 자욱한 담배 연기같은 목소리도 영화의 대부분에 울려퍼지는 지미핸드릭스의 ‘Third Stone From The Sun’도 들리지 않는 영화는 그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탈수해버린 다큐멘터리 같았다.

영화의 소리, 즉 음향은 음향효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말로 이뤄져있다. 이 중 음향효과는 음악과 대사를 뺀 나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감독은 문을 닫고 책장을 넘기는 일상의 소리들을 있는 그대로 또는 과장되거나 축소해서 표현한다. 영상에 곁들여지는 적절한 음향은 우리를 감동해야 할 순간에 감동하게 하고 긴장해야 할 순간에 긴장할 수 있게 한다.

영화 「킬빌」은 그 음향의 심리를 통해 긴장의 순간을 관객에게 알려준다. 주인공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가 적을 만날 때 마다 찢어질 듯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는 보는 사람에게 ‘이제부터 피 튀기는 싸움의 현장’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긴장과 흥분을 고조시킨다. 흡사 비명소리 같은 이런 높은 음향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와 서스펜스에 삽입된다.

음향의 고저 뿐 아니라 그 빠르기도 우리가 영화를 보는 자세를 결정한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 「M」은 음향의 빠르기로 관객을 압도한다.

첫사랑 미미의 기억으로 혼란스러운 민우(강동원)는 자신의 기억을 컴퓨터 자판에 새긴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하던 그가 마지막엔 미미에 대한 기억과 혼란스런 추억들이 환상이 아니라고 확신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자판을 쳐 나간다. 감독은 컴퓨터 자판소리와 그 자판에서 나오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 과정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관객은 영화관 가득히 울려퍼지는 자판소리에 압도돼 그때까지 느리게이어온 영화의 모든 미스테리한 기억을 민우의 자판소리 속도에 맞춰 짜맞추고 추리하게 된다.

째깍째깍, 시험시간이 흘러간다. 슥슥 사사삭, 빠르게 답안지를 써내려 간다. 또각또각, 멀리서 그녀가 다가온다.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귀를 귀울여보면 영화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긴장감도 소리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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