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 학생이 전합니다
조선학교 학생이 전합니다
  • 남정미 기자
  • 승인 2007.11.04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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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한국, 내가 다닌 조선학교

 나고야 아이치 조선 중ㆍ고급학교를 졸업한 재일동포 3세 김성희<사범대ㆍ국어교육과 06>씨에게 한국생활은 어떠한지, 그리고 조선학교 생활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재정적인 지원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조선학교 출신 학생의 진솔함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고향이자 조국인 한국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꿈꾸며 나는 2005년 3월에 서울로 왔습니다. 마음껏 우리말을 써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김치를 먹어도 마늘냄새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도 없는, 한국 사람이라면 지극히 평범한 생활이 나는 꿈만 같았습니다. ‘나도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조선 사람이라는 것과,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에서 생활하는 것이구나’ 하고 실감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감동은 곧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한국 사람에게 자기소개를 할 때 느낀 섭섭함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재일동포 3세인데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으로 취급합니다. 비록 말은 서투르지만 일본에서 차별을 받으면서까지 우리민족을 지키고 생활하는 동포에게 일본인으로 취급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섭섭함을 느꼈습니다.

핸드폰 계약을 할 때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나에게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와야 개통이 된다고 하는 핸드폰가게 아저씨의 말은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게 했습니다.

우리말과 글, 우리민족을 배우는 조선학교 학생들은 뜻밖에도 적습니다. 정식학교로 인정해주지 않아 일본정부의 지원금이 없습니다. 때문에 비싼 수업료에 시설도 안 좋고, 사회에 진출해도 조선학교 졸업이라는 말 한 마디로 취업이 어려워집니다. 일본사회에서는 조선학교를 졸업해도 자격인증이 안 되며, 생활에 많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자녀를 보통 일본학교에 보내는 가정이 많습니다.

초ㆍ중ㆍ고급학교는 일본 각지에 있으며 대학교는 도쿄에 하나 있습니다. 북측의 지원과 동포들의 힘으로 운영하는 학교형편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비가 오는 날에는 양동이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조선학교를 북한학교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부 자료도 북쪽에서 보내줘 교육내용이 북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해방 후 일본에 남은 동포들은 서로 힘을 모아 우리교육을 지키자고 조선학교를 세웠습니다. 그때 마침 북측에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많은 지원을 해줬을 반면 남측에서는 지난 60년 동안 전혀 신경을 안 썼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이를 조선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는 부모들이 많아서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6.15선언 이후 시대에 맞춰 조선학교도 공부 내용을 크게 바꿨습니다. 북한교육이 아니고 이제는 이념도 사상도 뛰어넘은 한민족의 교육을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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