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유기견의 소망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8만 유기견의 소망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 남정미 기자
  • 승인 2007.10.06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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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안 되면, 한 달 뒤 안락사 ㆍ동물등록제 시행, 지 차제 마다 달라


"어머, 예쁘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 주위로 아이들이 모여든다. "더러우니 만지지 마라"는 엄마의 말도 들린다. 김진영<사회대ㆍ사회과학부 07> 양은 "며칠째 동네를 헤매는 유기견이 불쌍했지만 혹시 병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며 유기견에 대한 느낌을 전한다.

이제 동네에서 유기견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때론 인정 많은 여고생들이 학교로 들어 온 유기견에 이름을 붙여주기도, 먹이를 주기도 한다.

이런 유기견은 우리학교에서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이미 유기견을 직접 데려다 키우는 학생도 있다. "비오는 날 기숙사 근처에서 강아지를 발견한 뒤 지금은 총학생회실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고소연<사범대ㆍ교육공학과 01> 양이 그 주인공이다.

2006년까지 구청을 통해 집계된 유기견 수는 8만 마리 정도다. 1년 전 수치인만큼 더 늘어났을 게 명명백백하다. 더구나 길거리에 떠도는 유기견은 포함하지 않았다 하니 현재의 수치는 가늠해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유기견들은 각 해당구청의 지역경제과에서 담당한다. 정기적으로는 한 달에 2번씩 유기견을 구조하고, 비정기적으로는 시민들의 신고가 들어 올 때마다 하루 내지 이틀의 여유를 두고 동물을 구조하게 된다.

이렇게 구조된 유기견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과 설명을 곁들인 후 주인을 찾는 광고를 시작한다. 따로 홍보책자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홍보과정을 거쳐 유기견들은 주인을 찾게 되거나,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된다. 한 달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입양되지 못한 유기견은 결국 안락사 당하게 된다.

그러나 성동구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구청이 이를 직접 하지는 않는다"며 "1년 정도 계약을 맺은 뒤 발생비용만 지급 하고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3년째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장설봉<건국대ㆍ경제경영학부 07> 군은 "동물구조센터가 강아지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경우도 많고, 또 한 달이라는 유예기간은 너무 짧다고 생각 한다"며 "차라리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경우 동물구조센터에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마다 급증하는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부는 7월 9일 동물보호법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 해 1월 27일부터는 이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동물등록제도 포함하고 있다. 동물등록제란 가정에서 기르는 개는 반드시 해당 구청에 등록해야 하고 동물들에게 주민등록번호 같은 등록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물등록제가 전국 모든 곳에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농림부에서는 근거 규정만 마련해 놓은 것일 뿐 실제 시행은 해당지차제의 권한이다. 해당 지자체에서 동물등록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일 경우 그 지자체는 시행할 수 없는 것이다.

김은옥<농림부ㆍ가축방역과> 담당자는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하는 대도시와 같은 경우 동물등록제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동물등록제가 시행되지 않는 도시에서는 여전히 유기견 문제가 미해결 난제로 남을 수 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물등록제를 도입한 도시라고 해서 유기견 문제가 완전히 해결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연정<한국동물복지협회> 선임간사는 "제도를 마련했을 때 사람들이 잘 따라준다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제도를 잘 못 따를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이 제도는 개를 정말 키우고 싶고, 키울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사람만 개를 키워야 한다는 취지이기에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개인의 책임감이다"고 지적했다.   

쓸모없는 쓰레기도 버릴 때 돈을 내는 세상이다. 하물며 자신이 키우던 동물이다. 장 군은 "개를 단순히 애완이 아닌 정말 사랑으로 키운다면 동물등록제에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애완도 하나의 생명이지 주인이 함부로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장 군의 책임감이 많은 반려견 주인들에게도 요구되는 때이다.

* 반려견 = 애완견이란 명칭은 동물을 애완용으로 사용한다는 부정적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한다. 그렇기에 최근 애완견이란 용어를 반려견으로 바꿔서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사도 애완견이란 명칭을 반려견으로 바꿔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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