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축구, 무한 경쟁시대
재즈·축구, 무한 경쟁시대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09.16
  • 호수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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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재즈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론 재즈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즉흥연주에 있는 것 같다. 즉흥연주란 말 그대로 즉흥적으로 곡을 쓰면서 동시에 연주를 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Autumn Leaves」라는 기존의 노래를 재즈 음악가가 연주한다고 했을 때, A라는 사람이 연주한 것과 B라는 사람이 연주한 것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연주한다 해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의 곡으로 바뀔 수 있다. 즉흥연주는 재즈의 매력이자 곧 연주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도 이런 즉흥연주에 도전해 보기 위해 여러 입문서를 펼쳐보고 또 실제로 연습을 해보다가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됐다.

즉흥연주의 단계까지 가기위해서 우선 기본적인 코드부터 정확하게 이해하고, 코드의 진행이나 여러 스케일 등을 익혀야 했다. 더욱이 외워야 할 연주 방법도 생각보다 꽤 많았다. 너무도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들리는 연주의 밑바탕에는 잘 짜인 코드의 진행이 숨어있었고, 코드나 스케일에 대한 기본이 튼튼히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비단 재즈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 축구를 떠올려 보자. 당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던 한국 축구팀에는 ‘멀티 플레이어’로 불리는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멀티 플레이어라는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여기에도 재즈에서 즉흥연주를 구사하는 능력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주어진 포지션이 있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기력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선수들이 바로 ‘멀티 플레이어’인 것이다. 마치 즉흥적으로 재즈 연주를 구사하듯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감독은 엄청난 체력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 국가 대표경기나 평가전에서 형편없는 성적으로 비난을 받았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매 경기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양하고 화려한 멀티플레이의 밑바탕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체력훈련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무한 경쟁시대’라는 말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어버렸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국내 일류가 아닌 세계 일류, 아니 초일류를 외치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교육 분야에서도 이제는 각 대학들이 국내 명문이 아닌 국제 명문으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무한 경쟁 시대에서는 끊임없이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선 한 곳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며,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시대를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즉흥적인 연주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재즈 연주자가 되기 위해선 기본적인 코드나 스케일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듯, 또 상황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선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듯, 변화무쌍한 기량은 튼튼한 기초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이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입학과 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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