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인가
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인가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09.16
  • 호수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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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자율화를 말하기 전에, 먼저 우리 교내에 부족한 게 영화관인지 아니면 도서관인지를 묻고 싶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 대신, 조금 현실적으로 접근해 보자. 대학 자율화든 뭐든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대학에서 돈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할까, 아니면 돈을 버는 법을 배워야 할까. 적어도 나는 대학에서까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쓸 수 있는지를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물질적인 소비에 대한 유혹은 굳이 대학이 아니고서도 넘칠 만큼 많기 때문이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의 공간에 그치지 않는, 청년들이 머무는 하나의 사회이다. 그리고 대학 내에 있는 건물들과 문화 시설, 환경 조건들은 그 사회의 가치관과 특성을 드러낸다. 우리가 대학자율화를 통해 교내로 들어온 영화관, 상점, 카페 등을 통해 표현하는 대학의 가치관, 특성은 과연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영화관이 있는 대학, 상점과 카페가 있는 대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 캠퍼스에 다니는 학생들이 어떤 분야에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할까.

대학 내부의 수익사업 유입에 대해, ‘학교가 기업과 같은 성향이 뚜렷해지기 때문에’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가 소비센터와 같은 성향이 뚜렷해지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학교가 기업과 비슷하다면 우리의 교과과정은 더욱 현실을 반영할 것이고 우리의 과제와 시험은 더욱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다.

교육프로그램은 훨씬 더 낫게 변할 것이고 인턴십 과정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그 어떤 기업과도 비슷하지 않다. 학교는 현실의 풍파를 피해 안전한 공간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거기다 더해 무차별적인 소비를 더욱 용이하게 해 주겠다는 것인가.

학교에 정말로 필요한 것이 수익사업을 통해 운영되는 카페, 영화관, 상점일까? 그건 이미 대학 일대에 넘치도록 많다. 우리의 주머니를 비울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오락 시설이 정문 100m 내에 있지 않은가. 그걸로 모자란다면 지하철을 타고 30분만 가면 코엑스가 있고, 신촌과 홍대 앞 거리가 있다.

지금 수익사업을 통해 우리 학교가 닮고자 하는 것은 결국엔 거대한 소비센터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더 나은 오락을 찾아 교문 밖으로 나갈 수고를 덜어주기 전에 더 나은 미래를 찾아 교문 밖으로 나갈 수고를 덜어주길 희망한다.

하승훈 <인문대ㆍ영어영문학부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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