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영화제 천국, 차별화와 내실화 절실
한국은 영화제 천국, 차별화와 내실화 절실
  • 강유진 객원기자
  • 승인 2005.09.25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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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홍수, 관객은 갈팡질팡 / 자신만의 색깔 찾아야

부산국제영화제, CJ아시아인디영화제, 장애인영화제, 서울유럽영화제, 춘천애니타운페스티벌, 인디다큐페스티벌. 오는 10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열릴 영화제들이다. 한 해 개최되는 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에 등록된 것만 35개에 달한다. 등록되지 않은 영화제까지 합하면  한국은 ‘영화제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등 몇 몇을 제외하고는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여성영화제를 제하면 관객점유율은 20%를 밑돌고 있다.
이런 현상은 뚜렷한 주제의 부재와 차별화의 실패라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주국제영화제는 뚜렷한 주제가 없으며 대전영화제는 가족과 사랑, 그리고 자연을 주제로 잡았지만 다소 모호하다. 서울독립영화제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들은 미래의 영화, 역동성 등 중복되는 주제를 표방하고 있어 실패하고 있다.

영화제 관련 기관간의 행정 마찰도 영화제의 성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리얼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경우가 그러하다. 1997년 시작한 부천영화제는 지난 8년간 부천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지만 부산영화제와 달리 행정담당자가 영화제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영화계 인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부천 시장의 영화제 집행위원장 해촉, 주요 스태프들의 전원 사퇴 등의 불협화음 속에서 지난 7월 열린 영화제는 여론의 비판과 함께 관객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관객점유율은 지난해보다 40% 떨어진 20%대의 부진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 밖에 광주국제영화제는 저작권자 허락 없이 영화 상영을 하는 등 윤리적 문제가 제기됐고 대전국제영화제는 당초 주제와 달리 상업영화 중심으로 출품작이 선정되어 문화 향유기회 확대를 겨냥한 영화제가 상업성에 치중한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성공적인 영화제 운영 전략으로 다른 영화제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당초의 취지를 꾸준히 지속시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주최 측이 1회 때부터 아시아 영화·영화인 발굴 및 지원에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서구권에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선구적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를 기획해 영화제 모든 참여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관객과 스태프, 영화감독들이 함께 어우러져 야구, 축구, 물놀이 등 운동경기를 펼치고 난 후 밤에 야외 상영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은 많은 호응을 받았다. 관객이 동전으로 투표를 한 후, 이 동전은 감독에게 상금의 형태로 지급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올해 시작한 ‘리얼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영화제의 또 다른 모델을 제시 한 바 재원 독립이 그것이다. 정부와 지역사회에서 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은 채 영화상영목록을 공개함으로써 관객들을 상대로 영화제 유치 금액을 마련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예산이었지만 소수 마니아 관객을 겨냥한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실례로 기록되고 있다. 특별한 이벤트나 축제 행사가 없이도 기본 취지를 유지한 영화제가 관객의 지지를 받게 된 사례이다.

현재 범람하고 있는 국제영화제들이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이 가지고 관객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로 한층 질적으로 성숙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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