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 이미지를 놓아줄 때가 됐다
단일민족 이미지를 놓아줄 때가 됐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09.02
  • 호수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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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의 순혈주의에 경도돼 있다는 경고를 전해왔다. 물론 유엔의 이번발표는 단순한 권고에 그치며, 어떠한 강제력도 없는 조치일 뿐이지만 우리사회의 단일민족 이미지에 대해 돌이켜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하나의 민족이라는 데 자부심을 갖도록 교육받아왔다. 하지만 과연 ‘단일민족’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그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외부의 자극과 변화에 둔감했다는 의미는 아닐까.

조선시대에 우리나라는 세계에 ‘은자의 나라’라고 알려졌었다. ‘은자’라는 고상한 어감과는 관계없이 그 의미는 폐쇄적이고 고립된 작디작은 세계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외국인과 새로운 문화를 철저하게 거부했던 당시 사회에서 자랑스러워했던 것이 바로 단군 이래 계속된 단일민족이라는 점이었다. 가까운 섬나라 일본에서 천황가를 ‘만세일계’라 하며 자랑스러워했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다. 국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고 외부 세력과 맞서야 할 때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따라, 흐르는 금융 자본의 흐름을 따라 새로운 문화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우리들 또한 졸업하고 나서 외국계 기업에 취직할 것이고,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외국으로 옮겨갈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가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생각할 새로운 땅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배타적이지 않고, 특정한 인종이나 민족을 내세우지 않는 어떤 곳일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지 못하는 인종과 민족의 제약을 넘어서 개개인의 능력과 인격에 따라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그리고 서로에게 편견 없이 섞여들 수 있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가고 싶어 할 것이다.

세계로 나아간 우리가 인종이나 민족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원하듯이, 전 세계의 외국인들도 자신들이 외국인이란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할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는 다양성이란 거대한 중심이 숨 쉬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앞에서 우리가 내세우는 단일민족의 대한민국은 세계가 원하는 다양성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 동안 우리는 단일민족 속에서 이웃 간의 정과 가족 간의 사랑이란 미덕을 포용해 왔다. 그러나 이웃사이의 정, 가족 간의 사랑은 단일민족이란 경계를 넘어서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단일민족이란 좁은 둘레를 버리고, 내 이웃이 인간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전 지구적인 인류애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권리를 얻고, 세계가 다가오고 싶어하는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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