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일어나는 근본 원인부터 알아야
테러 일어나는 근본 원인부터 알아야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9.0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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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전문가 이희수<국문대·문화인류학과> 교수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아무도 예상 못했던 국가적 재앙에 전문가가 너무 적어서 바쁜 시간을 보냈는데, 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에는 너무 서글프다. 짧은 시간 내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고 OECD 국가로서 최고의 인터넷강국, 지식강국을 이야기하면서 그 지식은 미국 등 몇몇 강대국만이 전부가 아닌가. 200여개 이상의 나라들이 모여 사는 이 글로벌 시대에 대한 이해나 지식은 다른 분야에 비하면 너무나 초보적인 수준이다.

사진 김지현 기자
이번 일을 통해서나 9.11테러를 통해 우리나라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9.11테러 때 만 3박4일 동안 CNN편집화면에 온 국가의 운명을 매달고 있었다. 우리가 독자적인 정보채널을 갖지 못하고 서구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주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식의 식민 상태를 우리는 처절하게 경험했다.

9.11이후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했었지만 한 나라의 지식이라는 것이 짧은 시간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10년에서 20년, 나아가 한 세대를 내다봐야 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전문가를 키우고 지원하는 메커니즘과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사건이 일어날 때만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면 4년 전 김선일 사태에 비해 대처하는 능력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협상팀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 예를 들어 현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과 복잡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왜 정부가 외부의 전문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나
외무부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외무고시를 쳐야하는데 외무고시가 대단히 어렵다. 힘들게 공부해서 외교관이 됐는데 유럽, 미국 등에 가서 근무하고 싶어 하지 누가 아프리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제3세계지역에 가서 자신의 인생과 청춘을 국가에 봉사하려 하겠나.

만약 중동 이슬람 등 오지에 발령받으면 어떻게 하나. 정말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외교관으로서 인생의 승부를 보려고 하기 보다는 그 기간을 무사히 넘기고 더 좋은 지역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만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 전문가를 기대하겠나.

이러한 관료 인사시스템의 문제나 관료들의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문제, 정말 전문가들을 발탁해서 마음 놓고 자신의 경륜을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 사건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9.11테러 이전에는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도 없었지만 이제 그것을 깨닫고 있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분야에서는 개혁을 통해 진일보하고 있는데 아직도 글로벌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나 세계관, 정보취득의 채널확보, 지역 전문가 양성은 낙후돼 있다.

이슬람권과의 교류는 예전부터 많았는데 왜 개선이 안 되나
현재 우리나라는 원유의 70% 등 에너지자원의 90%를 중동 이슬람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운명적 파트너라는 것이다. 지난 20년 간 대외 건설플랜트 수주 1위지역이 중동이다. 최근에는 이집트, 요르단, 두바이, 이란을 중심으로 가전시장의 60%까지 한국 전자제품이 석권하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겨울연가가 재방, 삼방까지 되고 있고 대장금의 시청률이 이란에서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에너지 파트너, 경제적 파트너, 상품시장, 나아가 문화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아직도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이슬람을 왜곡된 시선으로,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며 적대적 이해당사자로 인식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모순이다. 이런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이것은 오피니언 리버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통일신라시대부터 많은 아랍 이슬람 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많은 상인들이 인적, 물적인 흔적을 남겼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음력이라든지 세종 르네상스를 맞이한 뛰어난 과학기술도 이슬람 과학의 영향을 받았다. 더 중요한 것은 1200년의 접촉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우리나라와 이슬람 국가사이에 적대관계나 갈등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왜 우리는 그 이슬람을 적으로 묶어두고 있는가.

이슬람은 태생적으로 미국의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온몸을 던져 자살폭탄테러를 하면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끼칠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를 공격대상으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미국 일변도적인 관계는 나머지 글로벌 국가들과의 관계를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 물론 이번 사태는 극악무도한 집단들이 하나의 인질비지니스를 통해 조직을 재건하고 자금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비열한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국과 함께 동맹국으로서 아프간 전쟁에 참여했을 때 그 공격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가족을 잃고, 궤멸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용서할 수 없는 적대세력일 수 있다. 이번 사건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

서방과 이슬람의 갈등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1948년 이후부터다. 2000년간 팔레스타인에 아랍인들이 살아왔는데 나치대학살로 쫓겨났던 유대인들이 그곳에 나라를 세우겠다고 하니 문제가 됐다. 그러다보니 좁은 오아시스, 제한된 생태계에 60만이라는 인구가 들어와 2000년간 살아온 사람들을 쫓아내니 그들이 빼앗긴 영토와 조국을 되찾고자 하는 투쟁이 테러로 이어진 것이다.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목표가 이스라엘의 궤멸은 아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유엔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승인받은 영토를 벗어나 주변국가의 영토를 강제점령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해서 이스라엘이 점령지로부터 즉각적인 철수와 영토 반환을 국제 사회가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는 것이다. 이 국제법이 아직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마스나 헤즈볼라는 이 점령지에서 탄생한 저항조직이다.

가진 자의 논리가 정의라고 하는 이상한 정치논리 때문에 완전히 가치가 바뀌어있다. 이스라엘 미사일은 용인되고 국제법적 정당성을 가진 조직의 행위만을 테러로만 몰고 가는 것이다. 본질과 현상이 완전히 분리돼있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든지 민간인을 타깃으로 하는 무장투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테러를 일으키게 하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테러도 동시에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단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 동안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고민을 해보니 결론은 아이들이다. 언론은 하나의 마케팅이고 마케팅은 서구자본주의에 몰려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고 이미 한번 가진 인식은 바꾸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 이슬람 세계를 처음 배우고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인 글로벌 문화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교과서에서 왜곡이 너무 심하다. 우리가 일본교과서 왜곡문제,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하지만 우리교과서도 제3세계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왜곡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 동안 이 문제를 순수하게 학술적으로 연구만 해왔는데 이제 분석이 다 끝났고 책으로 출간이 될 예정이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백지와 같은 깨끗한 상태에서 정말 세계를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교과서에서부터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평생 고쳐지지 않는다. 지성인들이 과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인류학을 하는 사람이고 인류학은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체험하고 현상과 문화를 읽어내는 학문이다. 그래서 비판만 하지 않고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교과서부터 바꿔나가려고 한다. 아이들이 적어도 편견 없이 세상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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