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정규직 ‘간접고용’
  • 남정미 기자
  • 승인 2007.09.0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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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열아홉 순정」을 보면 처음에 비서였던 여주인공이 회사에서 잘리게 된다. 그런데 비서직에 잘린 여주인공이 동일회사 청소부로 다시 일하게 된다. 어떻게 비서직에서 잘린 여주인공이 청소부로 일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의 열쇠는 간접고용에 있다.

간접고용이란 외주업체에 등록된 노동자가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은 회사에 공급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실질 고용주가 노동자에 대해 책임이 없고,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훨씬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가진다. 이들 간접고용 노동자의 급여는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정도다. 같은 근무지에서 일하지만 직접고용이 아니기에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실질 고용주는 해당 용역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용역업체를 바꿀 수 있다. 이럴 경우 간접고용 노동자도 해고된다. 하지만 이들의 실질 고용주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남우근<한국비정규센터>정책국장은 “실제 사용주가 노동자들을 지시하고 이용한다. 하지만 노동자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닌 만큼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여러 가지 노동법적인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며 고용주가 간접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한, “해마다 업체들이 계약을 체결 하기위해 저가경쟁을 한다. 그러다보니 노동자 임금이 줄어들고 최저수준의 임금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간접고용 노동자가 열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KTX노조·이랜드노조 등은 이런 간접고용에서 비롯된다. 민간기업·공공기업 할 것 없이 비정규직 법안의 눈을 피해 노동자들을 외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540일째 파업을 진행 중인 KTX노조의 노조위원은 “간접고용도 비정규직의 한 형태다. 1년 뒤 정규직을 약속했던 회사는 레저관련 외주회사로 직원들을 넘겨 버렸다”며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점이다. 근무가 오래 될수록 ‘일 할래, 나갈래’ 하는 식이라 부당한 근무환경을 호소할 수도 없다”고 파업을 이어가는 통탄한 심정을 호소했다.

드라마「열아홉 순정」에서는 간접고용으로 회사에서 잘렸지만 용역업체를 통해 청소부로 근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러한 상황은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요소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늘도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정규직이지만 비정규직 보다 못한 차별을 겪으며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막기 위해 노동형태를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누기보다 실질적인 노동 형태·시간 등을 파악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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