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비정규직 법안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7.09.0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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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 노동자만이 비정규직 아니다.

지난 7월1일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됐다. 정부는 비정규직 개념을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만 규정하지만 노동계는 비정규직 개념에 특수고용·간접고용·직접고용·파견고용 까지 포함시킨다. 그래서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500만으로 노동자 측은 840만으로 집계한다. 전문가들은 200만에서 300만 정도의 오차를 간접고용 노동자라 여긴다. 500만의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은 최대 300만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외면한 셈이다. 

이러한 간접고용 형태는 우리학교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우리학교는 7개 업체에서 노동자를 공급받는다. 학교는 용역업체와의 계약에서 경비원 55세·미화원 58세를 규정으로 뒀지만 저임금 때문에 지원자가 없자 55세 이상도 근무하게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정부의 최저임금에 따라 임금이 29만원 상승하자 학교는 용역업체에 55세 이상 경비원들을 해고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1일부터 55세 이상 경비원이 사라졌다. “나는 아직 건강하다. 적어도 60세까지는 일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경비원 A씨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사회가 떠들썩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대표적으로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로 언론에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단지 육체노동 노동자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사회 역시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있다. 흔히 학내 비정규직은 미화원, 경비원만이 떠오른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 비정규직 강사들도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간제 강사들은 항상 신분적인 불안을 안고 있다. 시간당 나오는 수당을 월급으로 받는데, 강의가 없는 방학기간에는 계절 학기를 하지 않는 이상 수입이 없다. 이렇게 1년 중 4개월의 수입이 없다 보니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

또 강의가 매학기 마다 일정하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과 사정에 따라 강의가 없는 경우가 있다. 각 대학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2년에 한 번씩 연속강의를 못하게 규정돼 있어 2년에 한번은 강의가 없어서 쉬어야 한다. 이는 강의를 해야 수입이 나오는 강사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게다가 강사들은 그 주기를 조절 할 수 없다. 따라서 강사 자신이 강의를 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 하다 보니 시간 관리를 하기 어렵다. 이러한 처지에서 강의를 하기 위한 연구 역시 문제가 따른다. 그에 비해 정규직 교수는 강의와 무관하게 매달 월급을 받고 연구비도 지원 되며, 자신만의 공간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사의 경우엔 안정적인 공간이 없다. 게다가 강사들은 연구를 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보장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금 역시 낮다. 강의 주제에 맞는 연구를 하기 어려우며 연구비용 역시 개인 부담으로 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강의의 질은 유지해야 한다. 강의평가의 결과에 따라 일자리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고 연구비는 모자라지만 더욱 더 강의 준비를 한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비관해 자살한 강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학교 시간제 강사는 “시간제 강사들은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 많은데, 몇 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해도 그 학교의 정규직 교수로 취직되지 못하는 사실이 힘들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이라 적은 임금으로도 좋은 강의를 할 수 있고, 또 언제든지 다른 강사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강사들을 고용하는 것을 선호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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