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같이 유익하고 화려한 휴가처럼 진실하도록
삼국지같이 유익하고 화려한 휴가처럼 진실하도록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8.26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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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의 「삼국지」가 촉한정통론에 입각한 소설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조조는 쓰러져가는 한나라를 끝까지 지켜낸 충신으로, 유비는 한 왕조에 끝까지 대항한 역적의 우두머리로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유비와 조조를 둘러싼 수많은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또 현대에 이르러 많은 유명작가들이 삼국지를 다시 펴내고 있는 과정에서 삼국지의 영웅들은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다. 역사의 기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화려한 휴가」의 배경이 되는 5.18 당시 우리 언론이 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군부의 삼엄한 검열 속에서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당시 기자들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5.18의 진상을 세상에 알리려했다면 기사는 삭제돼 출간됐을 것이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을 테니까.

중국 삼국시대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은 기록의 산물이다. 이 두 이야기는 만화로, 책으로,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삼국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스테디셀러이고 5.18 민주화운동 역시 이제 영화를 통해 완전히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지나간다. 그 순간은 개개인의 머릿속에 기억되지만 기록하는 자에 의해 기록되지 않는 한 잊혀 진다. 역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자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역사가다. 온 국민은 광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끔찍한 사건들에 대한 진상을 알고 싶어 했다. 1980년 5월 19일자 아침신문은 5월 18일의 광주를 어떻게 기록했는가. 언론인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의 진상을 알려줄 의무가 있으며 넓은 의미에서의 현상을 설명해야 하는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 그런 언론들이 현재 5월 18일의 잘못된 보도행태를 어떻게 반성하고 있으며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언론은 생존을 위해 본연의 역할을 포기했다. 즉, 자본에 대한 언론의 종속이 심해지면서 언론은 기업화되고 있다. 언론의 역할이 아닌,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가 써지고 편집이 달라진다. 1980년의 언론이 정치권력에 굴복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언론은 경제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 언론이 5.18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의 화려한 휴가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 기자는 2007년 2학기부로 편집국장으로 취임했다. 그동안 우리 신문은 생존을 위해 본연의 역할을 포기해왔음을 인정한다. 지난 2년간 편집국장 공석사태로 인해 편집국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음을 시인한다. 또 우리 신문은 본 코너를 통해 수차례 문제점을 자가진단하고 대학신문 본연의 역할을 찾고 있노라고 말해왔다.

이제 우리 편집국은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았고 다른 대학교의 신문사에 비해 절대 부족하지 않은 기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 신문의 독자들에게 선언한다. 우리는 삼국지처럼 재밌고 유익한 정보를 신문에 담아내도록 하겠다. 또 우리는 화려한 휴가처럼 시대의 진실과 고민을 보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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