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없고 ‘취업’만 있다
추억’은 없고 ‘취업’만 있다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8.19
  • 호수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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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학위수여식, 어떤 모습인가

90년대 중후반 인기를 끌었던 남성듀오 ‘전람회’는 1997년, 3집 앨범 「졸업」을 발표한 뒤 해체했다. ‘언제 만났었는지 이제는 헤어져야하네’라는 노래 가사처럼 데뷔한지 불과 2년여 만에, 그것도 의미심장한 졸업이라는 이름의 앨범을 남겼다. 일반적인 의미의 졸업을 소재로 쓴 노래인지, 자신들의 해체를 졸업에 비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 노래는 지금도 많은 졸업생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로 회자되고 있다.

‘혹 우리 추억 잊혀질까봐 근심스런 얼굴로 서로 한번 웃어보곤’ 함께 공부하던 동기, 선후배와의 추억과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그 모습을 사진 속에 담는다. 삼삼오오 모여 동기끼리, 혹은 가족과 함께 사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졸업생들의 생각은 많이 달라졌지만 말이다.

이번 학위수여식의 풍경을 보면 공식 발표된 졸업생 숫자보다 행사장에 있었던 수가 확연히 적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점차 졸업식장을 찾지 않는 풍토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취업에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취업 여부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하나의 조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대학이 취업을 위한 하나의 중간과정으로 인식되다보니 졸업식이라는 의식 역시 졸업생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못하게 됐다. 과거의 졸업식은 대학을 졸업한다는 의미가 강했지만, 이제 사회로 나간다는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또 졸업생 중심이 아닌 귀빈 중심의 졸업식으로 채워지다 보니 행사 자체보다는 함께 졸업하는 동료들이 우선이고 가족들이 우선이다. 함께 졸업하는 동료들이 학위를 받을 때 서로를 축하해주는 박수소리는 당연히 없다. 졸업식이 서로가 서로를 축하해주고 4년 동안의 고생을 함께 격려하며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 위주의 졸업식이 되다보니 학위를 받으면 서둘러 행사장을 떠나는 모습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하다못해 고등학생들의 교복 찢기, 계란·밀가루 투척 등 간단한 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대학 졸업식에서 그런 모습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의식조차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 졸업식이 갖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증이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억압받고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로 괴로웠던 3년의 시간 동안 함께했던 친구들에게 거칠고, 혹은 폭력적인 행동을 가함으로써 그 한을 씻어내고자 한다. 그 행위 자체의 잘잘못을 떠나 이제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감정을 그 동안 금기시돼왔던 행동을 통해 표출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졸업식 하루 동안에 모두 쏟아진다.

대학 졸업식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학에는 억압도 없고 그만큼 폭력적인 행위로 표출될 수 있는 감정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졸업생들 간에 우리가 함께였다는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의식이 없다. 이는 대학 졸업생은 곧 취업 준비생이라는 풍토 하에 대학생활의 마지막을 즐길 수 있는 여유조차 찾기 어렵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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