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대 김밥 아줌마’, 도대체 어디 가신 거예요?
‘사회대 김밥 아줌마’, 도대체 어디 가신 거예요?
  • 김영주 기자
  • 승인 2007.06.03
  • 호수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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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7년 동안 서울배움터 사회대 앞에서 김밥을 팔았던 김밥아줌마 정신순 씨. 계속되는 학교의 철거요청에 못 이겨 결국 장사를 그만두시고 현재는 기숙사 매점을 운영하고 계신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에게 김밥아줌마로 기억되고 있다. 종강호를 맞아 최근 근황이 어떠신지 만남을 가졌다. <편집자 주>

정신순 아주머니는 기숙사 매점을 찾아간 두 기자에게 “아이구 귀찮게 뭘 말해달래”하시는 농담과 함께 반갑게 맞아주셨다. 한가한 시간을 맞춰서 갔지만 매점을 찾아오는 학생들의 발길이 꾸준했다. 기숙사 매점은 예전에 찾아갔을 때보다 더 번성해져있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직접 장만한 김밥을 소량씩 팔기도 하신단다. 처음 아주머니가 이곳에 왔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작년에 들어왔을 때는 이런 거 아무 것도 없었어. 다 나랑 아들이 모양새 만든 거지. 처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왔어. 계산기 두드리는 것도 아들이 가르쳐줘서 알았는데. 17년 동안 김밥만 팔았으니 뭘 알겠어. 아직도 돈 계산이 잘 안 돼.”

기숙사 매점 생활은 어떠신지 물었더니 아주머니는 아쉬움과 자족감이 반반 섞인 반응을 보이셨다. 김밥 팔 던 때의 기억 때문에 다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젠 고된 일을 하기에 버거우신 모습이셨다. 17년 동안 김밥을 사회대에 이고 다니시다보니 건강도 많이 안 좋아지셨단다.

“여기서 일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긴 하지. 예전에 김밥 팔 땐 억수 같은 폭우나 한겨울 추위나 상관없이 나갔어. 참 고생스러웠어. 그래도 지금보다 그때 벌이가 더 좋긴 했지. 기숙사 매점은 기숙사 학생들만 바라보고 하는 거지만 그땐 1만6천명 한양대 학생들한테 파는 거였으니까 다를 수밖에 없지.

작년엔 한양여대 학생들도 매점에 오고했는데 거기에 매점 큰 게 들어서는 바람에 요즘은 그마저도 안와.
요즘은 어깨·허리에 관절염이 심해졌어. 17년 동안 사회대까지 김밥 팔러 다니니까 얼마나 힘들겠어. 그래서 이제 좀 편하게 살 때가 된 것 같아. 또 거기서 나올 때 다시는 장사 안한다고 학교에 각서 쓰고 나왔는데. 또 자꾸 학교에서 나가라고 하니까 나 스스로도 한계가 왔나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 학교랑 학생들 그만 괴롭혀야지 싶기도 하고.”

예전부터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주머니 준재벌이라더라’, ‘외제차랑 빌딩 몇 개가지고 있다더라’는 식의 말이 돌곤 했다. 하지만 소문과는 다르게 아주머니의 생활은 참 소박하셨다. 현재는 매점운영을 위해 사근동에 24평짜리 아파트에 이사하셨다고 한다.

“예전에 한 학생이 나한테 그런 말하더라고. ‘아주머니 BMW타고 다니신다면서요?’하길래 ‘BMW가 뭣이여?’했더니 ‘외제차요’하는 거야. 그 말 듣고 어찌나 놀랬는지 몰라. 아무리 그래도 김밥팔고 먹고사는데 그런 말을 해. 학교 안에서 장사하는 게 아무래도 미안해서 최대한 싸게 팔려고 했어.

김밥 소매에서 사다가 3줄 1천원에 팔아서 200원 남기면서 팔았어. 그런데 돈이 얼마 남겠어? 남편은 아프지 큰 아들은 공장에서 일하는데 120만원 겨우 벌지. 아줌마 돈 많다는 말 들으면 참 황당하지.”

아주머니는 우리학교의 수많은 변화를 직접 목격한 산증인과도 같은 존재다. 우리학교와 함께 한 지난 17년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계셨다. 때때로 몇몇 교수들이 면전에서 험담을 하거나 학교에서 철거하라고 압박할 때는 힘들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때마다 학생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고 한다며 옛 기억을 회상하셨다.

“내가 처음에 한양대에 장사하러 왔을 때 임종석이 총학생회장이었어. 학생들 데모한다고 한양대가 쑥대밭이었지. 온 학교에 연기가 자욱하고 경찰들이 들어왔어. 그 광경을 다 지켜봤지. 신진수 학생회장 생각도 나지. 나한테 참 잘해줬거든. 학교에서 나가라고 할 때마다 나서서 막아주고. 이 학생 결혼할 때 내가 부조도 했어.
사회대 학생들이 제일 기억 많이 남지. 사회대 앞에서 장사하다 보니까 사회대 학생들이 ‘어머니’‘어머니’하면서 나한테 참 잘해줬어. 특히 신방과·관광학과·정외과 학생들이 제일 잘 했어. 떠오르는 얼굴들 한둘이 아니니까 뭘 말할지 모르겠네.”

마지막으로 학교와 학생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했다. 아주머니는 바라는 점보다는 시종일관 고맙다는 말씀만 하셨다.

“난 노점장사나 하지만 공부하는 학생들은 높으신 자리가실 분들이라고 항상 생각해왔기 때문에 항상 겸손하게 대했어. 날 싫어하는 학생들이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 다 착해. 참 잘해줘서 고마워. 우리학교 총장님 멋쟁이시지. 이번에 축제에서 젊은 그대 노래도 잘 부르고. 다들 고마우신 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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