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의 꿈’
‘OO의 꿈’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05.20
  • 호수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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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서 자신의 노래가 모 정치인의 홍보 동영상에 삽입된 것에 대해 무척 아쉬워하는 한 가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노래의 제목은 ‘OO의 꿈’이었다. 마침 나도 아는 노래였던 터라 가사와 멜로디를 떠올리며 과연 그 홍보 동영상은 어떤 내용이었을지 잠깐 상상해봤다.

‘그래요 난/난 꿈이 있어요/그 꿈을 믿어요/나를 지켜봐요/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영상이 펼쳐졌을지는 짐작하기 어려워도 정치인의 선전용으로 참 잘 어울릴만한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가수의 애환을 담은 노래가 정치적 목적에 사용되는 것이 안타까웠을지 모르지만, 정치인이든 가수든 누군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소중한 것 아니겠는가. 결국엔 버려질 선물 포장지처럼 ‘꿈’이라는 단어를 그저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비록 평범한 인생이지만 돌이켜 보면 내 삶에 있어서도 크고 작은 꿈들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참 많은 영향력을 끼쳤음에 틀림없다. 가령 진사로에 글을 기고하게 된 것도 그렇다.

학부생 시절부터 나는 대학 학보를 자주 읽는 편이었다. 학생 기자의 순수함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학보는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신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교직원으로 대학에 근무하면서 나는 계속해서 학보를 읽을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게 됐고, 언젠가 나도 학보에 글을 하나 실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갖게 됐다. 그런데 그 소망이 근무한지 3년째 접어드는 해에 이뤄질 줄은 정말 몰랐다. 꿈꾸는 대로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새삼 실감날 수밖에 없다.

대학이라는 조직에 속한 직장인으로 한 해, 두 해 살아가며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대학이라는 거대한 조직도 꿈을 꾼다는 사실이다. 조직 자체는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지만, 이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비전을 갖고 구체적인 달성 방안을 설정해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내 경우는 업무 특성상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에게 대학의 입학전형을 알려주는 자리를 많이 갖게 되는데, 입학을 희망하는 그 간절한 눈빛들 앞에서 학교를 소개하며 매번 대학의 비전을 제시해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느 때부터인지 그 꿈을 꼭 이뤄보고 싶다는 마음이 내게도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에게 학교를 알려주는 자리에서 오히려 내부적으로 반복 학습에 의한 의도치 않은 세뇌(?) 효과가 발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한 개인이 꿈을 꾸듯 대학이라는 조직체도 꿈꾸고 성장하길 원한다는 걸 깨달으며, 나의 소망도 한 가지 더 늘어나게 됐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와 같은 개인적인 꿈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이 되고 싶다’라는 대학의 꿈은 차원이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둘 사이엔 공통점도 있다. 두 가지 꿈 모두 과연 이뤄낼 수 있을지 불안감이 들 때가 있고, 또 이를 이뤄내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너무도 막연하고 이루기 어려운 꿈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신입직원 교육 중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복잡해진 마음을 단순하게 정리한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며 조금씩 업무를 개선해 가라는 한 직장 선배의 조언이야말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명쾌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꿈꾸고 바라고 노력하면 언젠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서영민<입학처ㆍ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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