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비 경제분야 중요성 확대
APEC, 비 경제분야 중요성 확대
  • 양영준 수습기자
  • 승인 2005.09.25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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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중심에서 안보, 정치 등 의제 다양해져

APEC은 경제적인 의제가 주류를 이루지만 최근 정치적 의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경제와 정치 관계가 더욱 밀착되면서 자유무역 중심에서 안보와 반테러 등 정치적 의제가 다양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APEC은 제 9차 상하이 APEC 정상회의가 안보에 관한 실질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아·태 지역에서 중요한 정치적 위상을 갖기 시작했다. 상하이 정상회의의 화제는 9.11 테러였다. 이에 APEC은 9· 11 이후 테러에 대한 위협을 느낀 미국의 주도 하에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다는 별도의 성명을 채택했다. 이슬람교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부르나이·말레이시아 정상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나라의 정상도 미국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9차 상하이 회의에 이어 방콕에서 열렸던 11차 APEC 회의는 ‘인간 안보 강화’가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인간 안보를 ‘테러 집단의 위협 제거를 위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정의하면서 APEC 회원국들은 초국가적 테러집단을 완전히 해체할 것을 결의했다. 특히 미국은 파병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의제를 최종으로 채택하면서 한국도 테러와의 전쟁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항구적 자유 작전 참여로 적극적인 반테러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언 했다.

칠레에서 열린 12차 APEC 정상 회의에서는 이라크에 대한 추가 파병 등이 중심 의제로 떠올랐다. 주목할 것은 반 APEC 운동의 성격이 반세계화 운동에서 반부시 운동으로 바뀌는 경향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과 동시에 시작된 반 APEC 시위는 반전쟁, 반부시를 구호로 내세우게 되었다. 이렇게 APEC은 경제적 문제와 연루된 정상들의 정치적 각축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APEC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외교안보연구원은 지난 3월 5일 발표한 ‘APEC의 향후 발전 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APEC이 처음엔 경제협력을 목적으로 시작됐으나 이젠 안보 환경 등 비경제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을 주문했다. 또 보고서는 “정상들의 관심은 국내정치와 관련된 국제관계에 있다”며 APEC가 점차 정치적 의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부산 APEC 정상 회의에서는 전후 이라크 문제가 논의될 것이며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이 중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도 APEC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PEC은 경제 정책만을 논의하는 공간이 아니다. 주요 정치적 문제의 향방이 APEC에서 나올 수 있다. 이번 부산 APEC 정상 회의는 온 국민이 촉각을 세우고 지켜봐야할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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